존재감 드러내는 민주당 ‘文靑그룹’… 당 요직 꿰차고 약진

입력 2020-10-12 00:13 수정 2020-10-12 00:13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요직을 꿰차며 약진하고 있다. 당정청 사이 가교 역할과 현안 대응은 물론 당내 정무·정책·소통 영역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는 중이다. 거대 의석을 지닌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원활한 조율을 통해 한목소리를 내면서 국정운영 동력을 계속 유지하자는 차원이지만, 일각에선 이들이 당보다는 청와대를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인 이른바 ‘문청(文靑) 그룹’ 민주당 의원은 모두 18명이다. 현안 대응 측면에서는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을 비롯해 진성준 한병도 의원이 존재감을 보였다. 윤 의원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 등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진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불법 수주 의혹에 이어 이번엔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의 공공아파트 실거주 의무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 진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최 의원이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아파트 입주의무 예외확인신청 당시 내세웠던 생업(농경) 사유 자체가 거짓”이라며 당 차원의 고발을 예고했다. 진 의원은 최 의원이 아파트 임대로 7000만원의 부당 이득과 7억원 이상의 잠재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정무그룹에서는 김영배 의원(정무실장)이 가장 눈에 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정책조정비서관을 지낸 그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등 갈등이 첨예한 주요 현안에서 당정청 사이 조정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통상 원외 인사가 맡던 정무실장의 체급을 키우면서까지 김 의원을 낙점했다.

정책 쪽에서는 정태호(전략기획위원장) 윤영찬(스마트플랫폼정당특위 위원장) 의원이 활동 중이다. 전당대회 당시부터 이 대표의 정책을 담당했던 정 의원은 내년 4월 재보선 등 주요 선거에서도 전략을 주도할 예정이다. 당은 소통 분야에서는 원외 인사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을 홍보소통위원장으로 임명해 대변인단을 지원토록 했다. 마찬가지로 원외 인사인 권혁기 원내대표 비서실장(전 춘추관장), 조한기 당 사무부총장(전 제1부속·의전비서관)도 각각 원내 정무 업무와 이 대표 일정·메시지 관리 등을 맡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중용한 것은 대선 관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며 “이 대표를 보좌해 당정청 간에 원활히 정책을 조율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총리를 지냈지만 당내 친문 지분은 많지 않은 이 대표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당직을 두루 맡은 것 자체가 지지층에겐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 일각에선 이들이 ‘선청후당(先靑後黨)’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당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인데, 야당의 청와대 공격에는 수위 조절 없이 강경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 의원이 최근 국감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47시간’을 거론하는 야당에 “고장난 레코드 돌리듯 한다”고 발끈한 게 대표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윤 의원의 경우 원내부대표를 맡았음에도 당 이슈보다는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에만 대응하는 면이 있다”며 “다만 청와대가 일일이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그의 역할이 정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 측도 “앞으로도 문 대통령 관련해 최대한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고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박재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