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펀드도 논란인데 600억 모은 ‘민간 뉴딜펀드’ 괜찮을까

입력 2020-10-12 00:11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에 발맞춰 디지털·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민간 뉴딜펀드가 연이어 출시되고 투자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인이 최근 상장된 K뉴딜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5종목을 총 613억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투자 기업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데다 비슷한 상품도 있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정책형 뉴딜펀드가 원금 보장 부분과 관련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점도 뉴딜펀드 사업의 변수 중 하나다.

1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BBIG K뉴딜’ ETF는 상장일인 지난 7일부터 이틀간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이 355억5937만원이다. 해당 상품은 국내 대표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기업으로 구성된 거래소의 ‘KRX BBIG K뉴딜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상장 첫날 순매수액(약 225억원) 기준으로 2007년 10월 상장된 ‘KODEX 차이나 H’(331억원)와 2016년 9월 상장된 ‘KODEX 200선물인버스2X’(239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규모가 컸다.

같은 기간 ‘TIGER KRX 2차전지 K뉴딜’ ETF는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이 136억4812만원이었다. 이외 ‘TIGER KRX 바이오 K뉴딜’ ETF는 58억원, ‘TIGER KRX 인터넷 K뉴딜’ ETF 42억원, ‘TIGER KRX 게임 K뉴딜’ 21억원 순이었다.

다른 자산운용사도 뉴딜펀드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지난달 15일 ‘삼성뉴딜코리아펀드’를 내놨다. 가장 먼저 민간 뉴딜펀드를 내걸고 나온 상품으로 순자산은 33억5500만원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지난달 25일 ‘신한BNPP 아름다운SRI(사회적책임투자)그린뉴딜’ 펀드를 출시했다. 삼성자산운용도 BBIG 기업에 투자하는 ‘에프앤가이드 K뉴딜지수 ETF’(가칭)를 개발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민간 뉴딜펀드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민간 뉴딜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와 투자 대상이 중복될 가능성이 높고 세제 혜택도 없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K뉴딜지수의 경우 뉴딜 사업이 아닌 관련 상장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전에 출시, 운용되는 BBIG 관련 ETF와 차별성을 갖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정책형 뉴딜펀드의 미래도 밝지 않다. 뉴딜펀드는 12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꼽히며 정쟁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야당에서는 사실상 원금보장을 가능토록 한 정책형 뉴딜펀드에 대해 “설익은 선심정책이며 과거 ‘관제펀드’나 다름없다”고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투자처가 불분명하고 민간 금융사의 투자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예상된다.

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뉴딜펀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담긴 보고서가 삭제된 것과 관련해 하나금융투자 소속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참고인 출석을 요구했다. 보고서에는 “정책형 뉴딜펀드와 민간 뉴딜펀드는 참여 여부와 규모에 따라 불확실성이 다소 커질 수 있다”며 “특히 민간 뉴딜펀드는 금융위원회에서 고수익성을 언급하며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적시했다.

조민아 박재찬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