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무를 대규모로 지방에 넘기는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 지방이양일괄법’이 지난 1월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이양일괄법은 16개 부처 소관 46개 법률의 400개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항만시설의 개발 및 운영권한 등 지방관리항 관련 41개 사무가 국가에서 시·도로 넘어가고, 지역내 개발사업 초과이익에 대한 개발부담금 부과 관련 20개 사무와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 등록 등 9개 사무가 시·군·구로 이양된다.
문제는 지방이양 사무의 사업비가 여전히 정부 예산으로 편성돼 있다는 점이다. 국회 행안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자치분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해양수산부 예산에 지방항만개발사업 1423억원, 보건복지부 예산에 외국인 환자유치 지원사업 5억원이 반영돼 있다. 지방이양에 따른 지원의 핵심은 사업수행에 필요한 충분한 사업비와 실제 사무를 수행할 인력의 인건비인데 예산안엔 인건비가 한푼도 책정돼 있지 않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선 정부의 사무와 권한 이양뿐만 아니라 재정분권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부는 재정분권 1단계로 부가가치세(국세)의 11%였던 지방소비세율을 21%로 인상해 지방세를 8조5000억원 확충했다. 2021년~2022년 2단계 재정분권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부처간 이견으로 최종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 대비 많은 업무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대재정으로 재정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고 국고보조금도 낮아 타 시·도보다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이 높은 반면, 1인당 예산액은 낮다. 이에 서울시는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기보다 다른 지자체의 모범이 되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자주재원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해 1월 지방정부 역할 확대에 따른 자치조직권 보장과 재정분권 강화를 위한 공동의견서를 통해 지자체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 지방조직에 관한 규정을 개정, 지역 특성에 맞는 조직 운영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