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명은 오직 하나님만이… 사형은 또다른 살인”

입력 2020-10-12 03:03
이홍정 NCCK 총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사형폐지 입법 촉구 선언 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사형폐지운동범종교연합회 제공

세계 사형폐지의 날(10일)을 맞아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사형폐지 특별법 입법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발표됐다.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분은 오직 하나님이란 신앙에 따라 사법적 오판을 되돌릴 수 없는 사형제도를 반대하고 폐지에 힘을 쏟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사형폐지운동범종교연합회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사형제도 폐지 입법 촉구 선언’을 발표했다.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대표회장 문장식 목사는 “하나님은 인간의 생명권을 누구에게도 위탁하지 않으셨다”면서 “사형 집행은 또 하나의 살인이며, 신권에 도전하는 관제 살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문 목사는 “지금까지 수많은 오판으로 인한 사형 집행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면서 “사형제도 폐지 입법을 통해 대한민국이 인권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도 인사말을 통해 “사형폐지 운동은 영적·사회적 생명운동”이라며 “분단 체제에서 사형제도가 정권유지 방편으로 악용되면서 무수한 생명이 국가 폭력의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3대 종교의 사형폐지 운동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래 지금까지 23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60여명의 사형 집행이 보류돼 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는 한국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 중이다.

하지만 흉악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형을 집행하자는 여론이 들끓는다. 지난 6월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일부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살인 존속살해 강간치사 등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선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사형을 우선하여 집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지난해 10월 10일 역대 여덟 번째로 발의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난해 2월엔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1호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돼 헌법재판소가 현재 심리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제사회에선 사형제 폐지국이 다수다. 2010년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폐지국은 96개 국가였는데, 올해는 107개 국가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 주한 유럽연합(EU) 대사와 EU 27개 회원국 대사들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한국의 사형제 공식 폐지를 촉구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