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수출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현장이 ‘코로나 비상’에 걸렸다(사진). 한국인을 포함해 600명에 가까운 코로나19 양성 판정자가 발생하면서다.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근무자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1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일 실시된 3차 전수검사에서 한국인 7명을 포함해 598명의 바라카 원전 현장 근무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바라카 원전에서 근무 중인 ‘팀코리아’ 6470명 중 10%에 가까운 근무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셈이다. 격리 중인 근무자는 694명으로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팀코리아는 한국전력공사 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두산중공업 등의 협력사와 현대건설-삼성물산 조인트벤처(HSJV)·도시바 등의 시공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한국인은 2075명, 외국인은 4395명이다.
현지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 현장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방역에 취약한 공동생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근무자들은 1인 1실의 숙소에서 생활하지만 외국인 근무자들은 2인 1실의 숙소에서 공동 화장실과 공동 샤워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근무자는 지난달 30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지난 6일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현장 근무자들은 확진자 발생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보 공유는 하지 않은 채 ‘일에 집중하라’는 식의 지시에 불만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양성 판정자가 계속해 늘었음에도 이달 7일이 되어서야 근무 형태가 일부 재택근무로 변경됐다.
지난 5월에도 근무자 중 1차 양성·2차 음성 판정을 받은 근무자가 4명 발생하는 등 바라카 원전 현장이 방역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족이 아부다비에 거주하는 일부 근무자들은 7~8월에 가족들만 국내로 귀국시키는 등 불안감이 고조됐다. 바라카 원전을 발주한 UAE 원자력공사(ENEC)가 근무자들에게 언론 접촉을 금지하는 ‘함구령’을 내리면서 근무자들의 사기는 더욱 저하됐다.
ENEC는 국민일보 이메일 문의에 “비공식 자료에 근거한 문의에 응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근무자들의 건강, 안전,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ENEC는 UAE 보건당국과 외부 전문 방역기관을 투입하는 등 지원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이후 외국인 근무자 250명을 대상으로 한 검사가 시행됐고, 지난달 23일 52명의 근무자가 추가 양성 판정을 받자 24일 근무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검사가 시행됐다. 첫 전수조사에서 한국인 2명을 포함해 69명의 근무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외국인 근무자들은 필수인력만 현장 출근하는 것으로 근무 형태가 변경됐으나 한국인 근무자들은 모두 정상출근 체제가 유지됐다.
지난달 30일 두 번째 전수검사 결과 양성판정을 받은 근무자는 312명으로 급증했다. 아부다비 경찰은 지난 2일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긴급봉쇄(록다운)했다.
원전 수출 1호로 주목받은 바라카 원전은 한국형 차세대 원전인 APR1400 4기를 UAE 서부 지역인 바라카에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사업 규모만 약 22조원에 달한다. 지난 8월에는 바라카 원전 1호기가 UAE 송전망으로 계통연결에 성공해 처음으로 송전이 이뤄졌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