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의당 새 대표, 제대로 된 진보 정당 보여주길 기대한다

입력 2020-10-12 04:02
정의당 새 대표에 선출된 김종철 전 선임대변인이 11일 취임했다. 원외 후보가 당내 최대 계파인 인천연합의 지원을 받는 현역 의원을 이긴 데 대해 당내에선 이변이라 보는 분위기가 있다. 그만큼 진보 정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기류가 선거에서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대표는 “진보 정당으로서 정의당을 강화한 대표로 한 획을 긋고 싶다”며 “금기를 깨고 독자적인 정책으로 승부해 진보 정당의 가치를 국민이 인정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피력했다. 그는 “과거에는 선거전에서 민주당과 연대했는데, 지금은 민주당이 여당”이라며 “경제·민생·재정 문제에서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당의 강력한 비판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의당은 현 정부 들어 여러 차례 내홍을 겪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여권을 지지했으며, 20대 국회 말에는 검찰 개혁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에 따라 여당과 공조함으로써 ‘더불어민주당 2중대’란 비판을 받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과정에서도 2차 가해 논란으로 진보 정당의 정체성 문제가 제기됐다.

김 대표의 당선 일성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원내 의석 확대와 교섭단체 진입 등이 정당으로서 매우 중요한 목표임에 틀림없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단이요, 진보 가치 실현이란 창당 목적에 비견될 것은 아니다. 따라서 김 대표 체제의 정의당은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 ‘정의로운 복지 국가’ 등 진보 정당의 선명한 가치를 토대로 삼되 낡은 이념의 틀에 매몰되지 않는 신선한 내용으로 이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의회 전략에서도 기회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여당 정책에도 시비를 분명히 가리고, 최근 전 국민 기본소득 등에서 중도화 움직임을 보이는 보수 제1야당과도 사안에 따라 공조하는 등 보폭을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노력으로 얻어질 국민 신뢰는 차기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주요 정치 일정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거대 양당 체제 아래 진보 정당의 갈 길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의 새로운 변화가 우리 정치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