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실망했다”고 반응했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 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데 대한 안도감도 감지된다. 북한이 미국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무리한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셈이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열병식과 관련한 국민일보의 질의에 “북한이 금지된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은 싱가포르(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비전을 이행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일관되고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미국 국방부의 반응은 좀 더 조심스러웠다. 존 서플 국방부 대변인은 국민일보 질의에 “우리는 (북한의) 열병식과 관련된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분석작업이 진행 중이고 우리는 이 지역의 동맹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언론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병식 연설에서 미국을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AP통신은 “김 위원장이 미국 대선을 4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피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신형 ICBM 공개가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대선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열병식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이번 열병식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향후 (북·미) 협상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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