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은 내부적으로는 체제결속을 다지고, 외부적으로는 강한 우려와 함께 기대감도 갖게 한 의도된 이벤트였다. 이례적으로 심야에 열린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미안하다’ ‘고맙다’ 등 말을 반복하며 울먹이면서 자책하고 인민을 달래는 모습을 연출했다. 경제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난여름 홍수피해와 계속되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지친 주민들을 위무한 것이다. 북한 지도자의 이런 모습은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다. 대체 북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러는지 당국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자위적 전쟁억지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등을 감안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 등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지만, 신형 전략자산을 공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워싱턴DC와 뉴욕을 동시 타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신형 ICBM과 북극성 4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개선·증강된 무기 공개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실망감과 함께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증강된 자위력을 통한 협상력 강화로 미국에 대선 이후 대화 재개를 촉구한다는 메시지도 내포돼 있다고 봐야 한다. 또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보건(코로나19)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는 김 위원장의 대남 유화적 발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최근 꽉 막힌 남북관계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김 위원장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직후 통일전선부 통지문을 통한 전언 형식으로 사과의 뜻을 보내왔지만, 이번에 육성 메시지로 남북관계 복원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점은 체감도가 다르다.
청와대가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연 것은 당연한 조치다. 정부는 우선 한·미 관련 기관 간 긴밀한 협력으로 북한의 무력 강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김 위원장 발언이 나온 만큼 남북 간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서두를 상황은 아니다. 더욱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한 남북한 공동조사와 시신 수습에 진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북한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설] 우려와 기대 드러낸 북한 열병식, 의도 제대로 파악해야
입력 2020-10-1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