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 투자로 1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8일 법정에서 지난해 7월 지인을 통해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이후 강 전 수석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직접 전화해 화내듯이 ‘(라임이) 억울한 면이 많은 모양’이라고 강하게 말했다는 걸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었다고 했다.
강 전 수석은 이 주장에 대해 “완전한 사기·날조”라고 반박했다. 돈을 전달했다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 측도 강 전 수석을 회사 업무 관계로 만난 적은 있지만 김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아 전달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단정하는 건 섣부르다. 이 대표에게 돈을 전달한 날짜와 장소, 전달 과정, 대화 내용 등이 구체적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금품을 받고 비리를 무마해 주려 한 게 사실이라면 명백한 권력형 비리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강 전 수석과 이 대표 등에 대한 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려야 한다. 김 전 회장이 지난 4월 구속된 뒤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에 진술했는데도 강 전 수석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검에 진술 내용이 보고되지 않은 경위도 밝혀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강 전 수석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피의자의 진술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 후에 알았다고 한다. 중요 사안은 윗선에 보고해 지휘를 받는 검찰의 특성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수사팀의 윤 총장 패싱은 5000억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수사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과 문건을 수개월 전 확보하고도 대검에 보고하지 않아 윤 총장은 최근에야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일선 수사팀들이 여권이 민감하게 반응할 정치권 로비 의혹을 축소·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은 여권 유력 인사들이 다수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검찰은 최근에야 금융권에 압력을 가한 의혹이 제기된 여권 전·현직 의원 등에 대한 소환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수사했다가는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또 뒤집어 쓰게 될 것이다.
[사설] 펀드 사기 로비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
입력 2020-10-1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