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우리 공무원 이모(47)씨 사살 사건 감청 첩보와 관련해 국방부는 ‘시신 소각’을 의미하는 구체적 단어는 없고 ‘월북’을 뜻하는 단어는 있다고 밝혔다. 군은 시신 소각 장면으로 추정되는 ‘불빛 관측’ 영상과 사진도 확보했다.
군은 이씨가 자진 월북하다 사살됐고, 시신이 소각됐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불확실한 첩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상황 재구성 과정의 오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음성(감청)에 ‘시신’, ‘사체’라는 단어가 나왔느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그런 내용의 단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첩보와 정황상 (시신을 태웠다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는데 구체적 단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감청 내용에 이씨의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었는지 묻는 질의에는 “있었다”고 했다. 이씨의 시신 소각 여부를 증빙할 수 있는 이른바 ‘소각 불빛’에 대해서는 “시신 소각 영상이 아닌 불빛 관측 영상이 있고 (나는) 사진으로 찍힌 것만 봤다”고 말했다.
군 발표와는 달리 북한은 ‘시신 훼손’을 부인했다. 아직까지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원 합참의장은 “현재까지 군 발표 내용에 대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이번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47시간’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야당은) 문 대통령의 47시간이라고 하는데 대통령 지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다 걸려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세월호 7시간을 거론하며 “민주당 의원 누구는 ‘박 전 대통령이 당시 몸에 주사바늘을 꽂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모습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국민의 눈에서, 또 국회 시각으로 (두 사건은) ‘클래스’가 다르다”고 발끈했다.
한편 이씨 시신 수색 과정에서 군 당국이 이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북서쪽에 표류한다는 예측 결과를 해양경찰로부터 받고도 묵살했다고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씨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전 9시쯤 인천 해경이 이씨가 표류했을만한 장소를 시간대별로 예측해 이를 첨부한 수색계획 공문을 국방부 장관에게 발송했다고 밝혔다. 공문을 보면 이씨는 22일 오후 NLL에서 5~6㎞ 떨어진 소연평도 북서쪽에 표류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문을 받은 해병대사령관은 국방부 등에 이를 발송했지만, 군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군과 해경은 21~22일 소연평도 남쪽 구역만 수색하다가 23일에야 북서쪽으로 확대했다. 이 의원은 “해경과 군이 실종 초기 예측 결과를 토대로 소연평도 북서쪽으로 수색을 확대했다면 북 해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씨를 발견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 합참의장은 “(이씨의) 실종이 해군에 전파되고 수색 계획이 확인된 다음, 해군이 소연평도 북서쪽 해역을 탐색했다”고 말했다.
김동우 강준구 김영선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