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세상 기준에 맞춰 적응에 몸부림칠 게 아니라, 오직 성경에 근거해 시대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소속 수도권 노회와 교회들이 8일 개최한 제9회 서울포럼을 관통하는 목소리다. 이날 포럼의 주제는 ‘미래목회,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였다.
권수경 고려신학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지금의 시대를 ‘종교에 무관심한 시대’로 정의하며 “세계관의 변화 및 첨단 기기의 발전은 종교성의 약화 내지 상실이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종교성이 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우리 교회의 다음세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권 교수는 신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종교성은 약해졌지만, 첨단 과학은 신의 존재를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게 증거하고 있다”며 “여기에 미래 목회가 갈 방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세대 역시 참 하나님이 아닌 거짓 신을 찾는 세상 조류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을 바로 이끌어야 하는 게 미래 목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우리는 말씀의 핵심, 진리의 핵심을 잘 전달해 주면서 그것이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인도해야 한다”면서 “지금의 교회는 이런 시대의 변화에 따른 필요를 무관심, 또는 무조건적인 거부로 대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시대에 해서는 안 될 중요한 착각 중 하나가 옛날처럼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라며 “교회가 할 일이 참 많다. 그러나 다른 노력을 아무리 많이 기울여도 이런 변화에 무관심하면 든든하게 지은 집도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포럼위원장 유상현 알곡교회 목사 역시 “교회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금은 변하지 않는 유일한 복음을 변하는 세상 속에 선포하고 구현해내기 위해 하나님의 지혜를 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급변하는 시대에 교회가 이 변화의 흐름을 잘 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선 교회가 처한 현실을 짚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현철 고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는 한국교회가 처한 더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최근 한국교회는 교회 간 양극화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또한 최근 코로나 사태는 중소형교회의 대면사역 수행 가능성 자체를 힘들게 한다. 사역 자체를 넘어 중소형교회로서의 생존 문제까지 고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교회 간 통합은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론적으로, 제도적으로 교회 간 통합은 가능하다”며 “역사적으로도 교회 간 통합은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교회 간 이해관계와 인식에 따라 역기능적인 모습이 표출될 수 있다”며 “체계적인 조정과 관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