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질 고사장 책상 전면에 가림막을 설치한다는 방침을 내놓자 수험생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비좁은 책상에 가림막까지 있으면 시험을 보는데 여러모로 방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1학년도 대입 관리계획’에 따르면 일반 수험생이 보는 고사장 내 모든 책상에는 전면 가림막을 설치한다. 책상 간 거리두기가 유지될 수 있는 양옆에는 가림막을 두지 않는다.
문제는 전면 가림막 설치를 두고 학교 현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2단 접지 형태인 수능 시험용지(272×394㎜)는 기존에도 학교 책상 상판 크기(640×450㎜)를 감안했을 때 다소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 방역 차원에서 가림막까지 놓일 경우 책상 공간 활용에 있어서 수험생들의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다.
각 시·도교육청이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에 올린 ‘수능 시험장 책상용 칸막이 입찰 공고’를 보면 전면 가림막(600×450㎜) 양끝에는 조립형 지지대가 있다. 지지대 가로·세로 길이는 각각 100㎜, 92㎜다. 지지대와 시험용지 세로 길이를 단순 합해봐도 시험지가 책상 밖으로 튀어나올 가능성이 크다.
시험지를 완전히 펼쳐야 하는 과목의 경우 번거로움이 더해진다. 부산에 사는 수험생 양모(19)군은 8일 “국어는 지문이 한 면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지문과 문제를 비교할 때 페이지를 여러 번 왔다 갔다 한다”며 “시험용지가 가림막에 걸리적거리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시계나 각종 필기구, 수험표, OMR카드 등도 책상에 올려놓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환경 적응에 쉽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소음 문제도 우려스럽다. 수험생 장모(19)양은 이미 학원에서 전면 가림막을 두고 실전 모의고사를 치렀던 경험이 있다. 그는 “페이지를 넘길 때 가림막에 긁히는 소리가 엄청나게 거슬렸다”며 “시험용지를 A4로 바꿔 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강남구에서 고3 교사를 맡은 박모(30)씨는 “이미 교실당 인원수를 최대한 줄이고 마스크까지 쓰게 했는데 가림막까지 해버리면 가뜩이나 긴장한 학생들의 컨디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수생 김모(20)씨는 “수험생들은 스피커가 가까운 자리를 선호할 정도로 영어 듣기에 민감하다”며 “방송 소리를 들을 때 가림막이 신경 쓰일 것 같다”고 말했다.
입시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가림막 설치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글이 잇따른다. 한 청원 글에는 이틀 만에 3500여건의 동의가 이뤄졌다. 누리꾼들은 “교육부 직원들은 수능 본 적이 없나” “현역은 계속 손해만 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역 당국과 상의한 결과 수험생들의 안전을 위해 결정한 방침”이라며 “가림막 설치 철회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