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1952)라는 책의 맨 마지막 장에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새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새사람의 뜻을 설명하기 위해 진화론을 논의에 끌어들인다. 그는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이 낮은 단계의 생명체로부터 진화해 지금의 상태에 도달했는데, 그렇다면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루이스는 다음 단계에는 새로운 인간이 출현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 단계는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 자체가 바뀌므로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진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새로운 방식의 진화는 세 가지 특징을 갖게 된다. 첫째, 이전에는 생명 유기체가 진화 과정에서 선택권이 없었지만 이제는 인간이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 즉 진화의 방향을 인간이 정할 수 있다. 둘째, 진화의 진행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다. 셋째, 이에 따라 인간은 이전에는 없었던 매우 큰 위험에 노출된다. 여기서 루이스의 관심은 진화론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새사람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있었다. 즉 한 사람이 하나님을 믿어 새사람이 될 때 그 새사람의 원형은 지금까지 인류가 알고 있던 인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완전한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진화론 얘기를 꺼낸 것이다. 그렇지만 묘하게도 70년 전에 그가 진화론에 관해 언급한 내용이 오늘날 의미 있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난 7일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통해 특정 DNA를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유전병 등 다양한 병을 치료하거나, 원하는 특성을 가진 작물이나 가축을 개발함으로써 인류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노벨위원회는 평가했다. 다우드나는 ‘크리스퍼가 온다’(2017)라는 책에서 이 기술이 가져올 혁명적 변화에 대해 루이스와 비슷한 묘사를 했다. 그녀는 그동안의 진화는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렸지만, 인류는 이제 진화의 압력과 강도, 초점을 조절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밝혔다.
최근에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역사가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관한 설득력 있는 분석, 예측을 내놓았다. 그에 의하면 뇌과학, 인공지능, 합성생물학, 유전공학 분야 등의 발전으로 인간에게 곧 무한한 능력이 주어질 것이다. 인간은 앞으로 죽음을 정복하고, 행복을 공학적으로 생산하고, 신체를 증강함으로 새로운 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간이 가까운 미래에 이처럼 신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될 것인데, 그것이 반드시 좋은 소식은 아니라고 하라리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늘 불만족스러워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욕심 많고 무책임한 신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없을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흥미로운 것은 루이스, 다우드나, 하라리 세 사람 모두가 독일 나치의 역사를 기억해야 함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다우드나는 심지어 꿈에서 히틀러가 나타나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전수해 달라고 해서 놀라 잠에서 깼다고까지 했다. 인류가 이룬 놀라운 기술적 성취는 그 자체가 축하할 일도 애도할 일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군가이다.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결국 루이스의 원래 관심으로 돌아가야 하겠다. 그가 진화론의 논의를 거쳐 새사람의 완벽한 모델로 제시하는 인물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예수가 모든 문제의 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답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질문을 갖고 씨름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리스도인이 아니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