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유공자 예우법, 공정성 훼손 않도록 유의해야

입력 2020-10-09 04:03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 20명이 지난달 23일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법안은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자·행방불명자·부상자와 그 가족에 대해 교육, 취업, 의료 지원과 함께 주택 우선 공급 혜택 등을 부여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고교와 대학에 대해서는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 내에서 이들을 선발하도록 의무화했다. 공공기관은 물론 일정 규모 이상 사기업의 채용 시험에서도 이들에게 5~10%의 가산점을 부여토록 하고 있다. 우 의원 등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과 달리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해서는 예우를 하고 있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이 우리 사회를 위해 뿌린 피와 땀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이들이 희생되는 그늘에서 정상적인 양육 환경이 조성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한 자녀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장학금 지원 등에 그치지 않고 입시와 취업의 문턱에서부터 차별적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공정성 시비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입시와 취업에서의 형평성 문제를 예민하게 느낀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확인된 마당이므로 민주화 공로에 대한 보은을 후대까지 물림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해당 법안이 게시된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에는 벌써 8000개 넘는 반대 글이 등록됐다. ‘역차별’ ‘사회 특수계급을 만들려는 것’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는 민주화운동 유공자 가족들이 적절한 혜택을 받도록 하되 사회 전체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치기 바란다. 특히 법안 발의 의원 가운데도 수혜 대상자가 있어 ‘셀프 법안’이란 지적이 나오는 만큼 여야 간 치열한 논의 과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민주화운동을 지식인의 의무로 받아들여 기꺼이 헌신했던 유공자들의 정신에 누가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