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

입력 2020-10-09 04:09

가끔 사회적기업가로서 학생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거나 메일로 질문이 오기도 한다. 사회적기업가가 되고 싶은데 경영학과를 가야 하나요, 사회복지학과를 가야 하나요? 사회적기업은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착한 회사니까 돈을 못 벌지 않나요?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가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다.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는 몇 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사회적기업을 위한 사회적기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가 먼저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상상이 있고 나서,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사회적기업이 존재하는 것이다. 새로운 생각일수록 아직 시장이 없을 가능성이 크고,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고 무조건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 배출된 쓰레기가 평소의 2배 분량이라는 뉴스를 봤다. 쓰레기 매립지가 포화상태라 5년 뒤 수도권에는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다는 소식도 있었다. 영화 ‘조커’의 첫 장면이 오버랩됐다. 뉴스 앵커는 환경미화원 파업 18일째의 상황을 전한다. 거리에 쓰레기가 넘치고 쥐가 들끓어 시민들은 불편과 악취를 호소하고 전문가들은 감염병을 걱정한다. 곧 우리에게 다가올 일 같았다.

쓰레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1·2인 가구가 늘면서 소분된 포장, 편리한 생활을 위한 각종 배송 서비스들, 더 많은 소비는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종량제도, 일회용품 사용 금지도 쓰레기가 늘어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쓰레기는 정부의 정책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개인이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것 이상의 해결법은 없는 걸까.

2013년 네덜란드 디자이너 데이브 하켄스는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의 졸업 전시에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선보였다. 플라스틱을 녹이고, 압축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고, 굳히는 4단계별 기계의 도면과 제작 방법을 공개한 것이다. 유튜브에도 자세한 영상이 업로드돼 있다.

누구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직접 기계를 제작해 큰 부담 없이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하도록 권장하는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Precious Plastic Project)’는 많은 주목을 받았고 플라스틱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있다. 프로젝트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 인프라를 활용해 생활용품을 만드는 모로코의 쿤(Koun)과 같은 사회적기업이 생겨나 경제적 효과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하켄스는 디자이너지만 동시에 우리가 당면한 사회 문제의 해결법을 고민하고 비즈니스로 풀어가는 사회적기업가다. 의사이면서 빈민의 의료 환경을 개선하려는 사회적기업가도 있고, 고령화 사회에 노인들의 건강과 일자리를 고민하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사회적기업가도 있다. 사회적기업가는 어느 분야에나 있을 수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 존재해야 한다.

사회적기업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일을 할 때 어느 한쪽을 희생시키지 않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한다. 어렵지만 도전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가의 제안이 멋지고 훌륭할수록 널리 확산되고 좋은 일자리와 경제적 효과 또한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이유로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조금 전 확인해 보니 국내에 2626개의 사회적기업이 있다고 한다. 물론 다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2626개의 해결책이 다 잘 작동된다면 사회 문제는 모두 사라지겠지만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일이 그리 쉬울까. 하지만 실패해도 다시 방법을 찾아 나서기를 바란다. 나 역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예술가의 창작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볼 생각이다. 쓰레기 줄이기에도 동참하면서 말이다.

정지연(에이컴퍼니 대표·아트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