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이상과 다른 현실 원망하다 복음으로 주님의 뜻 알게 돼

입력 2020-10-12 03:09

중학교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으로 뜻하지 않게 법대에 진학하며 디자이너의 꿈도 멀어져갔다. 군대에 다녀와 휴학 중에 무료 디자인 교육에 참가했을 때 지켜보던 학원 원장이 ‘지금이라도 디자인공부를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그 말에 자신감을 얻어 법대를 자퇴하고 미대로 진학해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졸업하자 나를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작은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 첫날부터 야근에 접이식 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일했지만 대우가 너무 형편없어 이직했다. 고향에 있는 호텔에 취업했지만 디자인과 상관없는 잡무들에 시달리다 3개월 만에 호텔도 박차고 나왔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왜 나를 알아주지 않지? 내가 이러려고 대학을 세 군데나 다녔나?’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앞길이 캄캄해지자 원망은 어려서부터 믿던 하나님께 향했다.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실까?’ 하는 의심이 들어 매일 기도했지만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고 절망에 빠졌다. 그때 대학 시절 다니던 한마음교회에 가서 부활의 말씀을 듣는 순간 부활은 역사적 사실이고, 이 부활이 바로 ‘예수님이 하나님 아들’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목사님께서 “부활이요? 마귀도 알아요! 그런데 알면 뭐해요? 여전히 마귀인데…” 하시며 부활을 아는 것과 믿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하셨다. ‘도대체 아는 건 뭐고 믿는 건 뭐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로마서 14장 말씀이 내 가슴에 떨어졌다.

‘이를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죽었다가 다시 살으셨으니 곧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려 하심이라.’ 예수님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이유와 목적이 분명해지며 목사님의 말씀이 나를 향한 호통임을 비로소 알게 됐다.

‘내가 너의 주인 되기 위해 죽고 부활했다. 네 삶의 무거운 짐을 내게 맡기고 나와 함께하자.’ 그렇게 마음 문을 두드리시는데 나는 그 음성을 듣지 못하고 ‘저, 부활 알고요, 예수님이 하나님 아들인 것도 믿어요’ 하면서 실제 삶에서는 십자가도 부활도 상관없이 살았다. ‘하나님, 잘못했어요.’ 하나님의 그 사랑 앞에 굴복하고 예수님을 나의 진정한 주인으로 고백했다.

예수님이 주인이 되니 고린도후서 말씀처럼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가 바로 나였다.

그러고 나니 디자인이라는 나의 은사가 교회에서 쓰임받기 시작했다. 내가 디자인한 목사님의 책이 신앙서적 베스트셀러 부문 상위 순위에 오르고 미국에서도 호평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을 땐 너무 감사했다. 예수님을 주로 믿는 귀한 자매를 만나 공동체의 축복 속에 가정도 이루었다. 양쪽 집안의 가장 역할에 경제적 부담은 있지만 부부가 마음을 합하니 오히려 힘이 난다.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을 계속할 계획으로 올해 3월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여질지 모르지만 내 시선과 마음을 오직 주님께 두며 날마다 주님과 동행할 때 그 하루하루가 하나님의 역사임을 인정하기에 감사함으로 나아간다. 우리에게 너무나 큰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주시고 부활을 통해 영원한 나라를 확증시켜 주신 분이 내 주 예수님이시다. 내 삶이 그 분의 계획과 주권 하에 있는데 무엇을 염려하고 원망할 수 있겠는가. 오직 그 주님과 동행하며 살아가기를 소원한다.

정은석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