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화학상 ‘유전자 편집 기술’ 佛 샤르팡티에·美 다우드나

입력 2020-10-08 04:03

올해의 노벨 화학상은 여성 학자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52)와 미국의 제니퍼 A. 다우드나(56)가 공동 수상했다. 여성 연구자 두 명이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올해의 화학상 수상자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불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한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를 선정했다.

프랑스 태생인 샤르팡티에는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병리학 교실에 재직하고 있다. 다우드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소속이다.

이들이 지난 2012년 개발한 DNA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생명과학과 의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신기술로 평가된다. 질병을 일으키는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잘라 없애거나 변형 시켜 유전병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연 획기적인 기술이다.

노벨위원회는 “이 기술을 이용해 연구자들은 동·식물과 미생물의 DNA를 매우 정교하게 변형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기술은 생명과학에 혁명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과 유전병 치료의 꿈을 현실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두 수상자는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원)의 상금을 절반씩 나누어 받는다.

다만 이번에 한국인 최초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현택환(56) 서울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의 수상은 무산됐다. 앞서 매년 노벨상 각 부문 수상자를 예측하는 정보분석 서비스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후보 명단에 국내 과학자로는 유일하게 현 교수를 포함시켰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1901년 노벨상이 제정된 이후 과학 부문(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에서 한국은 아직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한 상태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5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했으며 이후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공개한다. 노벨상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올해 열리지 않고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상을 받는 장면이 TV로 중계된다. 시상식이 취소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이후 처음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