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환호는 어디로… 건설사 공채 뚝

입력 2020-10-11 18:02

“면접장에 같더니 40명이 면접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채용은 1명인데 면접자만 40명에 달했어요” 최근 중견 건설업체 한라의 한 자회사 채용에 지원한 취업준비생의 발언이다. 세계 경기침체와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건설업계에 취업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쿠키뉴스 확인결과 해당 채용의 경쟁률은 100대1에 가까웠다. 신입과 경력자를 상관하지 않고 모집하는 계약직 일자리에 100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몰린 상황이다. 결국 신입으로 취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학생은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취업에 나섰던 학생은 “올해 하반기 취업이 어려울 것 같아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학교에서 스펙을 더 높이고 취업에 다시 나서야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청년들은 좁아진 취업문에 ‘일자리를 많이 늘려 달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일자리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건설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설사들의 총 건설공사액은 294조원으로 전년보다 0.4%(1조원) 증가했다. 공사액이 소폭 증가했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1.1%) 이후 가장 낮게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민간부문과 해외부문의 공사액은 각각 0.8%, 12.9% 감소했다. 줄어든 공사액을 메운 것은 공공부문으로 지난해 공공부문 공사액이 10.7% 늘어났다. 공공부문에 의지해 건설업이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10대 건설사 가운데 올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곳도 삼성물산,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그룹차원에서 채용을 진행한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대 건설사들은 필요한 인력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채용을 통해 인력 채용에 나섰다. 건설업의 일자리 질도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정규직은 약 1.7%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은 약 1.5% 증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아 인력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공채보다 인력이 필요할 때 마다 수시·상시채용을 통해 부족인원을 채워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항이 이렇다 보니 올해 대학 졸업생 예상 취업률도 44.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반인 55.5%가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백수’에 머물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고용창출의 주체인 기업들의 활력이 급속히 둔화되면서, 청년 취업시장은 그야말로 긴 어둠의 터널에 갇혀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고용난을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며 “규제혁파, 고용유연성 확보 등 기업들의 고용여력 확충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계원 쿠키뉴스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