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 치료용 양압기가 세균 감염유발·확산 통로”

입력 2020-10-13 17:18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2020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국민일보DB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일상에서의 감염병 확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도구가 오히려 세균감염을 유발하거나 확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의 협조를 얻어 쿠키뉴스가 진행한 수면장애 치료용 양압기에 대한 세균배양검사에서 세균과 곰팡이균 등 외부에서 유입된 균주가 다량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정숙 의원실 의뢰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이 세척을 완료한 후 약 3일간 사용한 양압기의 구성품 중 마스크와 공기통로인 호스, 물통에 대한 세균검사를 실시한 결과, 세 부분 모두에서 세균 및 곰팡이균이 다수 검출됐다. 특히 호흡이 오가는 공기통로인 마스크와 호스에서는 특히 많은 세균이 발견됐다.

결과에 대해 한 내과 전문의는 “균은 물통에서, 곰팡이는 호스에 주로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폐렴이나 독감, 메르스, 사스, 코로나와 같은 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정도의 균 및 진균이 여러 부위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다양한 샘플을 이용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최근 양압기 사용에 따른 세균감염 문제가 화두다. 양압기 치료를 받는 환자 206명을 대상으로 평균 200주간을 추적 관찰한 한 연구는 코와 뺨 등 피부에 직접 닿는 마스크에서 다량의 미생물과 곰팡이균이 발견됐으며, 정기적으로 청소를 한 환자에 비해 부적절하게 세척을 한 이들의 상기도 감염이 3개월간 2.5배, 6개월간 4배가량 빈발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구매 혹은 임대 신청 시 소독 및 세척 등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우려가 큰 상황이다. 더구나 2018년 7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이후 임대서비스 등을 통해 유통되는 제품이 다수인데다 매일 또 장기간 사용해야하는 장비로 기준에 따라 세척과 소독이 이뤄지기 어려워 세균감염에 따른 질병발현 가능성이 높다.

2020년 8월 기준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이들이 60만명이 넘고, 수면무호흡증으로만 양압기를 처방받은 누적건수가 15만건이 넘는 만큼 15만명 이상의 환자가 세균감염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양압기에 대한 세균배양검사는커녕 소독·세척 등 관리실태에 대한 조사조차 건강보험 적용 이후 한 번도 시행하지 않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 3월 인공호흡기와 양압기를 임대하고 있는 업체에 대한 기획감시를 시행한 결과 총 53곳 중 대부분이 재임대 시 소독 및 세척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거나 자체 기준만으로 운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18개소(33.9%)는 감염예방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나아가 서 의원실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의료기기 유통품질 관리의 소관기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후 소독 및 세척 등의 소관이 보건복지부로 이관됨에 따라 관리공백이 발생해 관련 규정 개정은 물론 실태조사 등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서 의원은 지난 9일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임대영업소의 보관창고 등에 대한 품질 및 환경위생은 관리 중이나 임대용 의료기기에 대한 소독·세척에 대한 관리가 부재하며, 기획감시 이후 의료기기 유통품질관리 기준(시행규칙 별표6)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그 후속 조치가 1년 6개월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급한 조치를 주문했다.

문제를 제기한 한 시민은 임대제품은 물론 개인 구매제품에 대한 소독·세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그나마 렌탈제품은 대여와 회수 과정에서 규모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자체교육이나 동영상 등으로 소독과 세척의 중요성과 방법 등을 안내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이 구매한 제품은 사용기간도 훨씬 길고 관리도 안 되는 사각에 있다”며 환자교육의 필요성을 강권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