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시민이 원하는 ‘공원’ 조성한다

입력 2020-10-08 04:02

서울광장 3배에 달하는 경복궁 옆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가 2022년까지 시민들이 원하는 형태의 공원으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대한항공에 매각금액을 조기 지급하기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3자가 송현동 부지를 선매입하게 한 뒤, 해당 부지를 시유지와 교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북촌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고 밝혔다. 변경안은 송현동 부지(3만7141.6㎡) 용도를 ‘특별계획구역’에서 ‘공원’으로 바꾼다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을 신속히 지원하는 차원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절차를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경안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 절차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진행 중인 대한항공-서울시 매각 중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이번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는 공원 용도를 ‘공공적 활용이 가능한 공원’으로 결정했다. 향후 시민·전문가 공론회 등을 통해 공원의 세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구체적 공원의 모습은 시민 의견 등을 듣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부지 매입을 완료하고, 이르면 2022년말까지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매입 가격은 복수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액에 따라 결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서울시 타당성조사에 따라 산정된 4670억원보다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다만 최종 감정평가액 산출 방법에 대해선 추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한항공과 권익위, LH, 금융당국 등 이해관계자들과 매입 방식을 지속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LH는 “서울시가 제안한 3자 매입방식은 확정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LH가 개입한 3자 매입이 불발될 경우 서울시·대한항공 토지매각은 또다시 진통을 겪게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대금 조기 지급을 매각의 필수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LH가 큰 틀에서 3자 매입방식에 동의한 게 맞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권익위가 중재 중인데도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확정하는 회의를 연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가결된 안의 효력 발생 시점을 권익위 조정 완료까지 유보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양측 간 합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권익위 결과를 지켜보면서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오주환 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