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마리 새들이 날아와 우짖을 때
나무는 수직의 악기가 된다
가까이 다가가면 홀연 침묵에 휩싸이고
다시 멀어지면 생음악이 연주된다
둘이 한 몸이 된
반수반조半樹半鳥의 생음악
쌩쌩 바람이 불면 음악은 더 격렬해진다
고요하고 차분하던 수직의 문장이
수직의 악기로 바뀔 때
미치광이처럼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무야, 새들아, 나도 너희처럼
온몸으로 악기가 되고 싶어
생음악을 연주하는 소리의 집이 되고 싶어
소리의 집, 시의 집, 생생한 시집이고 싶어
우릉 우르릉~
천둥이 하늘과 땅을 울리는 이 요란한 계절에
고진하 시집 ‘야생의 위로’ 중
나무에 앉은 새들이 지저귀는 모습을 본 시인은 이를 ‘수직의 악기’라고 표현한다. 서로 한 몸처럼 음악을 연주하는 새와 나무를 본 시인은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어한다. 농사를 지으며 목회를 하는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지구 별을 살리는 야생의 식물과 사귀며 그 고요한 순례에 자주 따라나섰다”며 “그렇게 동행하는 동안 내 마음에 번진 푸른빛과 맛과 향을 공들여 받아 적으려 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