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수많은 이들에게 애정과 애증이 교차하는 음식이다. 누군가에게는 명절의 따뜻한 추억이 담긴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고된 노동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재료를 손질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준비하고, 꼬치 등으로 꽂고, 오랫동안 부쳐내는 그 모든 과정마다 갖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렇게 애써 만든 전이 명절 뒤 남아서 냉동실로 들어가 맛을 잃거나 빛을 보지 못하게 되는 건 만드는 이의 수고를 떠올렸을 때 정녕 아까운 일이다.
추석이 끝난 뒤 남은 전을 어떻게 하면 갓 부쳤을 때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호텔 글래드 여의도 뷔페 레스토랑 ‘그리츠’의 최재연 총괄 셰프의 도움을 받아 전을 활용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최 총괄 셰프는 가을 제철 음식으로 만든 명태전과 우엉을 사용해 계란덮밥이라는 색다른 메뉴 레시피를 공개했다.
최 총괄 셰프가 선택한 메뉴는 ‘명태전을 활용한 간장 계란덮밥’과 ‘우엉 콩포트와 모듬전 덮밥’이다. 명태전 계란덮밥으로 담백한 맛을, 우엉 콩포트를 넣은 모듬전 덮밥으로 색다르면서도 건강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엉을 간장과 맛술에 콩포트로 만들면 맛도 좋아지고 영양 섭취에도 유리해진다고 한다. 우엉 콩포트의 아삭한 질감은 살짝 익힌 계란과도 잘 어울린다.
최 총괄 셰프는 “어린 시절 명절이면 어머니께서 가장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전 가운데 큰 것으로 하나씩 몰래 주셨던 그때의 맛과 기억이 생생하다”며 “물리지 않으면서 색다르게 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명태전을 활용한 간장 계란덮밥
재료(1인분): 명태전 100g(7~8개), 희석한 맛간장 150㎖(물 100㎖+맛간장 30㎖+맛술 30㎖), 계란 1개, 양파 ¼개
① 꺼내어 놓은 명태전을 살짝 구워 준비하고, 양파는 볶기 쉽게 썰어둔다.
② 지름 20㎝ 정도의 프라이팬에 썰어놓은 양파를 넣고 미리 준비한 맛간장을 붓고 끓인다.
③ 맛간장이 끓으면 양파가 반 정도 투명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④ ③에 명태전을 먹기 좋게 넣고 계란을 넣은 뒤, 뚜껑을 닫아 흰자가 살짝 쪄질 정도로 익힌다.
⑤ 오목한 접시에 흰밥을 적당량 깔고 명태전과 소스를 밥 위에 조심스레 올린다.
⑥ 도움말 추가: 명태전을 찢어서 밥과 채소를 함께 볶아 준비해도 좋다. 계란은 노른자가 깨지지 않게 조심스레 넣고 노른자는 완전히 익히지 않아야 소스로 활용할 수 있다.
·우엉 콩포트와 모듬전 덮밥
재료(1인분): 각종 전 적당량, 희석한 맛간장, 계란(1개), 양파¼개, 우엉 콩포트 또는 우엉 조림 약간
①~④는 ‘명태전 계란덮밥’과 같은 과정이다.
⑤ 명태전 대신 여러 종류의 전을 밥 위에 올린다.
⑥ 미리 준비한 우엉 콩포트 소스를 적당량 뿌려준다.
⑦ 우엉 콩포트 만드는 법: 잘게 썰어둔 우엉을 물과 맛술, 간장을 넣고 눌어붙지 않게 은근한 불에 졸여 만든다. 말린 우엉을 함께 졸이면 향이 더 좋아진다. 우엉의 쓴맛을 제거하려면 식초물에 1분간 담가두면 된다.
최 총괄 셰프는 명절 뒤 남은 나물과 두부전은 불고기 전골에 넣어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나물은 불고기 전골이 다 끓으면 불을 끈 뒤에 넣는 게 식감과 풍미를 살리는 데 적당하다고 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