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는 지갑을 닫았고, 기업은 빚으로 버텼고, 정부 곳간은 텅텅 비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4~6월 경제주체 간 돈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중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64조원이었다. 2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24조원)보다 2.6배 늘었다. 2008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1분기(66조8000억원)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역대 최대치에 가까운 수준이다.
순자금운용은 예금·보험·주식·채권·펀드 등으로 운용하는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금액을 말한다. 이 수치가 플러스(+)면 순자금운용, 마이너스(-)면 순자금조달이라고 일컫는다. 한은은 가계 여윳돈이 늘어난 요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 영향,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등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 등을 꼽았다.
기업들의 경우 빌린 돈의 규모가 급증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조달규모는 29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3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2분기 중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되면서 매출 감소 등으로 기업 순익이 둔화되자 대출을 받아 공장이나 기계를 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외부감사 대상 기업(3862개)의 올해 2분기 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나 줄었다.
정부의 순자금조달액도 37조9000억원으로 1분기(26조5000억원)에 이어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를 이어갔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세금 납부 유예 등으로 정부 수입은 줄어든 반면 재난지원금 등 이전지출, 정부 소비와 투자 등이 늘어난 결과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