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9일 한글날 대규모 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 일대에 차벽을 다시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구체적인 규모와 운영방식을 검토 중이다. 기본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다른 수단이 없다는 판단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와 관련한 여러 우려들을 알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15 광복절 집회가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렀던 점 등을 고려하면 금지된 집회를 방치하는 것은 경찰의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광복절 집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622명 발생했고, 동원된 경찰관 중에서도 8명의 확진자가 나왔었다. 9536명의 집회 투입 경찰 인원이 진단검사가 실시되는 동안 근무현장에 투입되지 못해 치안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시위대와 경찰, 시민 간 접촉을 최대한 차단해야 하는데, 차벽 외에는 다른 적절한 수단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해산명령 조치 등은 이미 다수의 인원이 집결한 뒤에 취해지는 사후적 조치이기 때문에 감염병 예방이라는 행정목적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차벽을 급박·중대·명백한 위험시에만 최후수단으로 써야 한다는 2011년 헌법재판소의 판례에도 반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다만 차벽의 규모는 지난 3일 개천절 집회 때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개천절 집회 당시 광화문광장에는 300여대의 경찰버스가 동원돼 광장 접근을 원천 봉쇄했었다.
한글날 대규모 집회를 추진 중인 보수단체는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금지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8·15집회참가자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시의 옥외집회금지처분 집행을 중단해 달라는 신청을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앞서 서울시는 오는 11일까지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경찰은 신고된 10인 이상 집회에 예외 없이 금지를 통고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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