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탈북민 대부분 한국행… 끝없는 암살 위협

입력 2020-10-08 00:09

고위급 탈북민은 일부 미국 망명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책연구기관이나 대학교에서 대북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처럼 정계에 진출하는 경우도 나타나는 추세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등 북한 당국이 민감하게 여기거나 국내에서 북한 체제 비판을 하는 이들은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고위급 탈북민의 대다수는 1990년대에 들어왔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경제난에 식량 사정까지 악화되자 고위층마저 탈북을 결심한 것이다. 고영환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강명도(김일성 주석의 10촌) 금수산의사당 능영윤전합영회사 부사장, 현성일(현철해 북한군 원수의 조카) 잠비아 주재 북한대사관 서기관, 황장엽 비서 등이 한국행을 택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었다.

고위급 탈북민의 상당수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한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데다 신변보호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7일 “24시간 밀착 경호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일반 기업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태 의원 역시 귀순 후 전략연에서 근무했는데, 경호원이 늘상 붙어다녔다고 한다.

고위급 탈북민들은 북한의 살해 위협에 시달린다. 특히 북한 체제를 공개 비난하거나 이른바 ‘백두혈통’의 실상을 폭로하면 위험은 더욱 가중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씨는 북한 최고 권력층의 실상을 폭로한 ‘대동강 로열패밀리 서울 잠행 14년’이라는 책을 출간한 뒤 자택에서 북한 공작원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북한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황 전 비서 역시 사망 전까지 끊임없이 암살 위협을 받았다. 그는 국무총리급 경호를 받았다.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지 않는 국내 거주 고위급 탈북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노동당 전문부서 출신의 탈북민도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 대리보다 훨씬 서열이 높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