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연안의 모래가 사라진다

입력 2020-10-08 04:07
제주 전역의 해수욕장 개장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30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해수욕장 관계자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모래 유실 방지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메랄드빛 바다로 제주의 명소가 된 구좌읍 월정리. 하지만 겨울이 오면 주민과 상인들은 모래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해수욕장 모래가 북서풍을 타고 해안도로와 상점으로 날아들기 때문이다. 모래는 차선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북이 쌓여 한 달에도 여러 차례 중장비를 동원해 치워야 할 정도다.

제주의 해안 침식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이 해양수산부로 제출받은 연안 침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11개 연안(해수욕장) 중 ‘우려’(C)와 ‘심각’(D) 단계의 침식등급을 받은 곳이 8곳으로 나타났다.

제주시 월정지구가 가장 심각한 D등급을 받았고, 한해 수십만 명이 찾는 제주시 이호와 함덕, 서귀포시 표선 중문 신양 수마포구 해수욕장, 용머리~사계포구 등이 C등급을 받았다.

제주지역 침식우심률(전체 연안 중 C·D 침식등급 비율)은 72.7%로, 전국 평균(61.2%)을 월등히 상회했다.

침식 상태가 가장 심한 월정지구의 경우 2003년 신규 침식지역으로 추가된 이후 2018년까지 B등급으로 분류됐으나 지난해 두 단계나 하락한 D등급을 받았다. 함덕 해수욕장은 지난해 C등급에 진입했고, 제주올레 10코스가 지나는 서귀포시 용머리 해안~사계포구 일대는 2014년 이후 모래 유실이 심해 2016~2017년 인공 모래 포집기를 여러 곳에 설치했지만 지난해 C등급으로 오히려 한 단계 하락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 자연적 요건과 함께 해안도로 건설에 따른 해류 변화, 개발로 인한 모래언덕(해안사구) 소실이 주요 원인이다.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은 “월정리 연안 침식은 해안도로 건설과 일대 개발로 모래언덕이 사라지면서 바람에 날린 모래가 날아가 쌓일(순환될)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기구 의원은 “연안 침식은 자연적 요인과 각종 개발 행위에 따른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부서 간 협력체계 구축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