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아파트 된서리 예고… 1명만 승소해도 전체를 보상

입력 2020-10-11 18:01

아파트 하자소송에도 집단소송제도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이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특성상 하자로 인한 분쟁이 많고, 이에 따른 배상규모가 커 배상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최근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해당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사건이어야 하며, 만약 1~2명이 소송을 제기해 배상 판결이 나오면 나머지 모든 피해자에게도 기판력(판결 효력)이 미쳐 배상을 해야 한다. 기존 증권 분야에 한정됐던 집단소송을 모든 산업에 적용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법무부는 피해구제의 형평성을 위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집단소송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제도 개정의 배경에는 그간 시공사의 부실시공 문제가 자리한다. 최근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부실시공 문제가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주민들은 협의회를 만들어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에 있기도 하다.

예컨대 현대건설이 시공한 김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는 최근 입주가 시작된 새 집임에도 불구하고 천장에서 쓰레기가 나오는가 하면, 외부 난간 균열 등이 발생하고 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경기 하남의 주상복합 아파트에서는 외벽이 갈라졌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이 시공한 전주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상가 건물 콘센트에서 물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지하주차장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입주민들과 14건, 639억5600만원 규모의 하자 관련 손해배상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현재 8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총 273억3000만원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소송 건수가 1건 뿐이었다. 26억5800만원 규모다. 해당 건수는 20억원 이상의 소송만을 집계한 것으로, 20억원 미만의 소송까지 더하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집단소송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 특성상 하자 분쟁이 많아 타산업과 달리 소송이 빈번하고 배상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소송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우려도 제기했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심사분쟁신청 건수는 총 2570건에 달했다.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는 아파트(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균열 등의 하자로 인한 입주자와 건설사(사업주체)간의 분쟁을 법원소송 대신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지난해는 4290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69건에서 비해 62배 뛰었다. 최근 5년간 접수된 분쟁 건수는 ▲2015년 4246건 ▲2016년 3880건 ▲2017년 4089건 ▲2018년 3818건 ▲2019년 4290건으로 집계됐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하자 관련 민원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정말 시공 상에 있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보수를 해야한다”면서도 “문제는 소송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지금도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하자보수를 이유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가량의 보수비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우려를 내비치기 이전에 업계 내에서 하자 발생을 줄이려는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건설업은 상대적으로 소비자와 분쟁이 많은 만큼, 건설업계에서는 꽤나 긴장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 이전에 하자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업계에서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입되더라도 소비자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세진 쿠키뉴스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