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봄의 양적·질적 체감도가 떨어지고 있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유아나 아동, 그리고 질병과 장애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갖는 노인이나 장애인에 대한 대면이 어려워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공백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각 정부 부처가 기존 공적 돌봄 체계를 활용해 긴급돌봄을 시행함으로써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시키는 점도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돌봄은 관심을 갖고 부양하거나 수발하는 모든 돌보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에는 돌봄을 개인적인 가족 내의 활동영역으로 간주해 아동, 장애인, 노인들이 부양과 수발을 받는 대상으로 취급됐지만, 돌봄의 사회화가 진행되고 복지가 시민권으로 인식되면서부터는 그 의미가 달라졌다. 즉 돌봄의 목적을 돌봄이 필요한 이들의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확장해 공급자 중심의 개념에서 이용자 중심의 개념으로 전환시켰다. 공급자의 단순한 부양이나 수발이 아닌 개인을 돕고, 지원하고, 역량을 고취시킴으로써 이용자가 일상생활을 누리는 주체임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는 이러한 기존 돌봄정책의 시행을 막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노인 데이케어 등 일상적으로 작동하던 사회적 돌봄 체계는 장기간 지속되는 위드(with) 코로나 상황에서 사실상 공백상태에 있으며, 긴급돌봄의 경우도 아이들 중심으로 돼 있어 돌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 결과 돌봄 부담은 가족에게 전가돼 돌봄의 재가족화, 여성 집중화가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기존 현장의 돌봄 종사자들에게 필수적인 보호 장구조차 지급이 안 되거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시설에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돌봄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의 안전 대책이 미흡한 상황이다. 그리고 심리정서 돌봄 등 대면이 중요한 돌봄 서비스에 대한 방안은 아직 명확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돌봄정책 전반을 재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돌봄의 불평등 해소와 돌봄 가치의 회복, 그리고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돌봄의 공공성 보장을 위해 당장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는 시급하게 요구되는 단기 정책과제를 검토하는 게 더 중요하다. 첫째, 정부는 돌봄정책만으로 접근하지 말고 노동정책, 교육정책, 여성정책과 함께 추진해 가족 돌봄과 복지기관·학교·직장 돌봄을 동시에 활성화해야 한다. 성평등적 일·가정 양립 제도들을 적극 활용해야 하며, 유연근무제가 정착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도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돌볼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재택근무나 가족돌봄휴가를 통해 돌봄을 지원하고 있지만 일용직 노동자, 자영업자 등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만큼 이들이 일을 쉬더라도 생계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둘째, 공적 개별돌봄으로서의 돌봄 확대와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 공적 집단돌봄 체계를 생활방역이 가능한 소규모·다시설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요구된다. 셋째, 정부는 전달체계 전환을 위한 비대면 돌봄 콘텐츠를 개발해 대면 돌봄을 보완하고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운영 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돌봄의 활성화, 온라인·모바일 등 비대면 소통을 통한 연결망 구축, 스마트홈 서비스 제공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민간이 현장 감각을 토대로 발굴하고 제안하는 데 대해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넷째, 돌봄 종사자에 대한 적절한 처우와 대우가 필요하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돌봄 근무여건은 이용자의 정서불안이나 기본적 신뢰감 상실 등 심리적 외상과 함께 사회 적응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끝으로, 주민주도형 돌봄공동체 만들기를 풀뿌리 지역에서 활성화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이나 공동육아, 생활협동조합, 의료생활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방식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사회복지기관에서 행하는 정형화된 돌봄이나 일부 상품화된 돌봄과 달리 지역사회에서 주민 서로 간의 신뢰, 친밀함, 호혜관계를 통해 돌봄에 대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본질적인 돌봄 가치에 더 적합할 수 있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