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증인채택 0명… 거대여당 ‘호위 국감’

입력 2020-10-07 04:00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선 최근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논란과 관련된 증인은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여야가 국감 실시 전날인 6일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논란,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한 증인 채택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증인 채택 갈등은 해마다 벌어지는 단골 메뉴지만 이번에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불리한 이슈의 증인을 단 한 명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호위 국감’ ‘방탄 국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스스로 국회에 나오겠다고 한 인사들의 증인 채택마저 불발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국감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이틀째 증인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과 아들 서모씨, 당직사병 현모씨와 이철원 대령 등 10여명을 증인으로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검찰에서 무혐의로 끝난 사안이라며 거부했다. 사살된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국방위 또는 외교통일위원회 어느 쪽이든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 역시도 사실상 거부했다. 해경이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증인 채택 문제로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국방위에 이어 법사위에서도 추 장관 아들 서씨 의혹 수사와 관련해 증인 20여명을 신청했으나 민주당은 모두 거부했다. 검언유착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육탄전을 벌였던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차장검사 채택도 불발됐다. 진행 중인 감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 야당은 피해자 변호인 김재련씨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민주당은 다시 “수사 중”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야권발 정쟁 유도’라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야당은 벌써 증인 채택 문제를 들어 국감을 파행으로 몰아가겠다고 예고하고 있다”며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같은 입장이다. 간사인 황희 의원은 “국감장을 정쟁화 하려는 의도”라고, 홍영표 의원은 “야당에서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었다”고도 했다. 결국 국방위는 이날 일반 증인 채택 합의 없이 국정감사 계획서와 기관 증인 채택만 의결하는데 그쳤다.

국민의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추 장관 관련 증인을 상당수 신청했지만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 이유가 참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국방위 하태경 의원은 “신청한 증인이 10여명인데 한 명도 안됐다. 이렇게 잔인무도하게 할 수 있느냐”고 한탄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국회는 옳고 그름을 일도양단하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해원 절차를 마지막으로 갖는 게 국회 기능”이라며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이가현 이상헌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