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아버지 잃은 아들의 마음 이해… 나도 마음 아프다”

입력 2020-10-07 04:02

문재인(사진) 대통령은 6일 북한군에게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 아들의 공개 자필 편지에 대해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씨의 유족은 이날 이씨의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국방부 등을 찾아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 “해경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어려움을 견뎌내기 바라며 위로를 보낸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이 희생자 가족에게 위로를 건넨 것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이씨 아들의 편지가 청와대에 도착하면 직접 답장도 보낼 계획이다.

이씨의 아들은 앞서 자필로 쓴 편지에서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과 저와 엄마는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월북 주장에 대해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유족이 이씨의 월북 가능성에 대해 공개 반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씨가 월북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충분히 그와 관련된 근거라든지 설명을 드린 바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경의 중간수사 결과를 현재까지는 존중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군에게 희생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오른쪽)씨가 6일 서울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당일 북한군의 대화 감청 녹음파일 등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에 대한 추측성 댓글 등 2, 3차 가해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조카의 편지를 공개했더니 악성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며 “본인의 형제, 아들, 딸이 이런 사고를 당했어도 악성 댓글로 공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해경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문 대통령을 향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해경이) 대체 뭘 조사하느냐”며 “CCTV나 동선파악을 분명히 하라고 했는데 그것도 안하면 사실 지금 조사할 게 없다. 오늘 청구하는 정보나 빨리 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기자회견 후 피격 사건 당시 군의 감청·녹화 기록 등에 대한 정보 공개를 국방부에 청구했다. 청구 대상은 지난달 22일 오후 3시30분부터 같은 날 오후 10시51분까지 군 녹음파일과 같은 날 오후 10시11분부터 10시51분까지 북한군이 피격 공무원의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이 촬영된 녹화파일이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유가족이 직접 피격 공무원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총구 앞에서 이씨가 진정 월북 의사를 밝혔는지를 파악할 것”이라며 청구 경위를 설명했다. 유족 측은 군이 자료 공개를 거부할 시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은 앞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도 찾아 이씨의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임성수 김영선 최지웅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