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상온 노출 백신 이상 없다”… 무료접종 12일 재개

입력 2020-10-07 04:02
질병관리청은 독감 백신을 운반할 때는 냉장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일부 백신 조달 업체가 이송 과정에서 백신을 상온에 노출한 것으로 알려져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독감백신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상온에 노출된 국가 예방접종사업용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효력과 안전성에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에 따라 중단됐던 국가 예방접종은 오는 12일쯤 재개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은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합동으로 진행한 상온 노출 의심 독감 백신 관련 브리핑에서 “총 48만 도즈의 백신을 수거해 접종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해당 물량은 적정 온도인 2~8도를 장시간 벗어났거나 땅바닥에 일시적으로 놓이는 등 부적절하게 운송됐다. 특히 1t 냉장 차량 한 대는 13시간 이상 기준 온도를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수거되는 백신에는 운송 과정의 온도가 확인되지 않은 3만 도즈, 적정 범위보다 낮은 온도에 노출된 27만 도즈 가량도 포함됐다. 독감 백신이 얼면 침전물이 생겨 접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식약처의 품질검사 결과 백신 효력이나 안정성의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품질 변화 가능성이 있는 백신 2100도즈를 수거해 2주 동안 단백질 함량, 발열반응 등 7~9개 항목을 시험했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될 경우 효력이 낮은 ‘물백신’이 되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검사 결과 품질에는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는 한국의약품시험연구원, 백신 제조사와 함께 상온 이상의 온도에서 백신 품질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안정성시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8품목의 백신 모두 25도에서 24시간 이상 품질을 유지했다. 37도에 12시간 노출됐을 때는 2개 품목이 일부 품질 변화를 보였으나 이번 유통 과정에서 37도에 노출된 백신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에 따라 방역당국은 백신을 500만 도즈 이상 폐기하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48만 도즈 수거로 인한 물량 부족은 여유분 34만 도즈로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국가 예방접종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오는 12일쯤 재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여전히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복수의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를 맞힐까 말까 고민 중”이라거나 “추워지기 전에 접종은 해야겠는데 꺼림칙하다”는 반응이 줄지어 올라왔다.

방역 당국의 섣부른 호언도 불안감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청은 지난달 22일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물량이 실제 접종에 쓰이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접종 숫자는 계속 늘어 이날 오후 4시 기준 3045명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554명이 수거 대상 물량을 접종했고 3명이 접종부위의 멍 등 가벼운 이상반응을 보였으나 현재는 증상이 사라졌다.

앞서 질병청은 지난달 21일 의약품 도매업체 신성약품을 통해 공급된 백신 539만도즈의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22일부터 예정됐던 국가 예방접종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합동 현장조사에 나섰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