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훅훅 느는데 충전기 중국 1%도 안 되는 한국

입력 2020-10-07 00:02

전기차 보급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3년 전보다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을 목표로 그린 뉴딜 정책을 주도 중인 정부의 지향점과 상반된 결과라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의 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10만9271대로 집계됐다. 2015년 5672대에 불과했던 전기차는 지난 3월 10만대를 돌파했고, 올해 안에 11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기준 전기차 100대당 개인·공용 충전기는 50.1기로 2017년(59.7기)보다 감소했다. 단순히 공용 충전기만 놓고 보면 2015년 435기에서 올해 2만9387기로 늘었으나 전기차의 보급 속도는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시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기차 시장 글로벌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충전기 수는 약 2만3000기였다. 이는 22만7000기를 보유한 일본의 10.1% 수준이다.

중국(291만8000기) 미국(163만9000기)과 비교하면 각각 0.8%, 1.4% 수준으로 한참을 밑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를 보급하고 충전시설은 4만5000기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 전기차 보급 물량은 올해 9만9650대에서 2만1350대 증가한 12만1000대로 확정했다. 또 서울시는 법령 개정을 통해 2035년부터 전기·수소차만 등록할 수 있게 하고, 사대문 안 녹색교통지역 내 내연기관차의 통행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정부가 보급하는 충전기 물량은 초·급속 1510기, 완속 8000기로 올해보다 단 10기(초·급속)만 늘었다. 지난 7월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도입한 한전의 전기차 충전 특혜 할인도 종료됐다. 이에 사용량과 별개로 충전기 대수를 기준으로 기본료가 부과돼 충전요금이 오르면서 민간사업자와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각종 보조금을 투입한 덕분에 전기차 보급대수는 급격히 늘었지만 충전 및 시설 구축사업 등을 위한 혜택은 미흡한 편”이라며 “내년에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충전시설 부족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