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는 준비 없이 떠나도 충분히 좋은 '우리 집 근처 가볍게 걷기 좋은 길'로 10월 걷기여행길을 선정했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팔색길 여우길, 부산 기장군 갈맷길 1-2코스), 경북 의성군 의성읍 둘레길, 전남 여수시 호랑산 둘레길, 전북 정읍시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 2코스가 포함됐다.
수원팔색길 백미 여우길
여덟 개의 색이 있다고 해 ‘팔색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일색(一色)인 모수길부터, 지게길, 매실길, 여우길, 도란길, 수원둘레길, 효행길, 화성성곽길까지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여우길이 백미로 꼽는다. 광교저수지와 원천저수지를 지나는 길로, 실제 여우가 살았던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통구 광교공원에서 출발해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광교 역사공원, 원천저수지, 여우골숲길, 봉녕사, 경기대학교를 거쳐 다시 광교공원으로 회귀하는 순환형 코스다. 총거리 10.7㎞로 다소 긴 편이지만 녹음이 하늘을 채우는 여우숲 숲속 산책로를 거니는 등 코스가 다채롭다.
갈맷길 1-2코스
기장군청을 시작으로 달맞이길, 문탠로드까지 이어진다. 출발지와 도착지에는 인증대가 있어 재미 삼아 도장을 찍어 보관하기에도 좋다. 기장군청에서 죽성만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인도가 좁으니 주의하며 걸어야 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걸어 대변항으로 나가면 전형적인 어촌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암벽 위의 작은 정자인 오랑대는 거친 파도와 어우러진 절경을 경험할 수 있는 뷰 포인트니 놓치지 말 것. 해동용궁사는 고려시대 가뭄으로 근심하던 백성들을 위해 지어졌으며 바다 위에 있는 듯한 개방감을 준다. 서퍼들의 성지 송정해수욕장을 지나면 봄에는 벚꽃길, 가을에는 단풍길이 펼쳐지는 달맞이길에 도착한다. 총 6시간 정도 걸리는 긴 코스다. 달맞이길 언덕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걷기 여행은 마무리된다.
의성읍 둘레길
의성 종합운동장에서 시작해 구봉공원과 남대천, 전통시장을 거쳐 다시 종합운동장으로 돌아오는 약 7.5㎞의 순환형 길이다. 숲속 길과 하천, 논길, 도심을 두루 거치지만 동네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평탄한 코스다. 다만 지난 장마 때 많은 비로 인해 하천 쪽 길이 중간중간 유실돼 있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코스 중 돌다리를 건너야 하는 길이 나오는데 전날 비가 많이 내리면 건널 수 없다. 꽃이 피거나 단풍이 들면 주민들의 꽃놀이, 단풍놀이 명소가 된다. 사계절 멋진 길을 볼 수 있는 두충나무길 역시 놓칠 수 없는 풍경으로, 의성읍 둘레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의성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마늘인데, 길 막바지에 위치한 전통시장 주변으로 마늘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많다.
호랑산 둘레길
여수산단 근처에 솟은 호랑산은 예부터 인근 주민과 등산객이 자주 찾는 산이다. 산세가 높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서 여수산단을 비롯해 주변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 신라의 화랑들이 무예를 갈고 닦았던 곳이라 해 ‘화랑산’이라고 불렸으나 후에 ‘호랑산’으로 개칭됐다. 정상부의 호랑산성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이 발견됐다. 둘레길은 호랑산의 중턱을 따라 크게 한 바퀴 도는 걷기 여행길이다. 7개 코스 13㎞로,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울창한 편백 숲이 이어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나무 숲 사이로 아담한 오솔길이 굽이굽이 뻗어나가기도 한다. 여수 각 지역으로 흘러드는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과,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숲길도 만난다. 7개 코스를 완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5시간이다. 천천히 거닐어볼 수 있도록 길 곳곳에 다양한 쉼터가 마련돼 있다.
정읍사 오솔길 2코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를 테마로 하는 ‘정읍사 오솔길’ 중 2코스는 내장호를 둘러싼 황톳길과 조각공원, 내장 생태공원을 연결하는 수변 데크길이다. 내장산 문화광장에서 시작해 내장호를 한 바퀴 둘러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전체 약 4.5㎞ 코스니 보통 성인 걸음으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초반에는 자전거길이지만 둑 위로 올라가서부터는 수많은 단풍나무 사이를 걷는 수변 데크길이 이어진다. 중간 중간 풍경을 보며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잘 조성돼 있다. 한여름에는 백양사 부근에만 핀다고 전해지는 백양 상사화를 볼 수 있으며, 10월 중순 이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다. 코스 중반에서는 내장산 조각공원(재생 식물원)을 만날 수 있어 시간이 되면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조각공원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엔 내장산 단풍테마랜드가 있다. 단순히 도심을 둘러싼 큰 호수를 걷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테마의 공원을 지나친다는 것이 이 코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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