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미사일 개발주역 파격 승진… “새 북미 협상 압박용”

입력 2020-10-07 00:11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주역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군 원수 칭호를 받으며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차수(왕별 한 개) 계급장을 건너뛰고 단숨에 원수 자리를 꿰찬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전술무기 도입에 힘써온 박정천 총참모장도 원수 계급장을 달며 위상을 과시했다.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과 미국 대선 등 국내외 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향후 비핵화 협상에 따라 전략무기를 계속 개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노동당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리 부위원장 등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두 사람에게 “당과 인민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에 높은 사업 실적으로 보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북한군 장성 계급체계는 ‘원수-차수-대장-상장-중장-소장’으로 구분된다. ‘대원수’(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와 ‘공화국 대원수’(김 위원장) 칭호도 있지만 최고지도자에게만 부여된다. 이른바 백두혈통이 아닌 사람이 군에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가 ‘원수’다. 그간 원수에 오른 인물은 5명뿐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 대선 이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비핵화 협상을 염두에 둔 인사로 보인다”며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를 두고 미국이 입장을 바꿔 협상장에 나오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 개발·운영을 도맡아온 주역들을 승진시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 부위원장은 핵·미사일 개발을 맡아온 ‘미사일 4인방’ 중 한 명으로, 김 위원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2016년 8월 SLBM ‘북극성 1형’ 발사 당시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올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이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되자 ‘리설주 여사 아버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참모장 역시 김 위원장이 역점을 둔 초대형 방사포 등 전략무기 시험·도입에 힘써 왔다. 한·미 군 당국은 노동당 창건일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김정은이 다시 대한민국 뒤통수를 때렸다. 우리 공무원을 총살·소각한 북한군 책임자를 원수로 승진시켰다”며 “(정부가) 박정천 원수 승진에 대해 공식 항의 성명을 내야 한다”고 적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