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쇼핑 상품과 동영상 콘텐츠를 우선 노출해 온 것으로 조사돼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자를 쫓아내고 소비자를 속였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쇼핑 약 265억원, 동영상 2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최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하는 등 네이버를 본보기로 칼을 본격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은 공정위가 네이버 부동산에 과징금 약 10억원을 물린 지 한 달 만에 나왔다.
일단 공정위는 네이버가 쇼핑 분야에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최소 6차례 자사에 유리하게 알고리즘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 네이버는 비교 쇼핑 서비스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네이버는 알고리즘 개편을 통해 자사 오픈마켓 상품은 검색 결과 최상단에 올리고, 11번가·G마켓 등 경쟁 오픈마켓 상품은 하단에 노출시켰다. 또 자사 오픈마켓 상품은 검색 결과에 일정 비율 이상 보이도록 특권을 주기도 했다. 네이버페이 출시를 앞두고는 담당 임원 요청에 따라 네이버페이와 연동된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늘렸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은 노출 순위가 높은 상품일수록 더 많이 클릭하기 때문에 노출 비중 증가는 곧 해당 오픈마켓 상품 거래 증가로 이어진다”며 “그 결과 오픈마켓 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픈마켓 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2015년 4.97%에서 2018년 21.08%로 급증했고 경쟁사들의 점유율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이러한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중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 방해행위, 불공정거래행위 중 차별 취급행위 및 부당한 고객 유인행위라고 봤다.
네이버는 마찬가지로 네이버TV 등 자사 동영상 서비스가 유리하도록 2017년 8월 검색 알고리즘을 개편했다. 네이버는 알고리즘 개편 전부터 자사 동영상 부서에는 데모 버전을 주고 테스트시켰지만, 경쟁 동영상 사업자에게는 알고리즘이 개편됐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또 네이버TV 동영상 중 일부를 ‘테마관’에 분류해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일주일 만에 검색 결과 최상위에 노출된 네이버TV 동영상 수는 22.0% 증가했고, 가점을 받은 테마관 동영상의 노출 수 증가율은 43.1%에 달했다. 반면 판도라TV·티빙 등 검색제휴사업자의 동영상 노출 수는 최대 53.1%까지 급감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플랫폼 사업자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변경해 경쟁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고, 부당하게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를 제재한 최초 사례”라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법적 다툼을 예고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네이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가 지적한 네이버 쇼핑 및 동영상 검색 로직 개편은 사용자의 다양한 검색 니즈에 맞춰 최적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결과일 뿐, 다른 업체 배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네이버는 향후 법원에서 그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김성훈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