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돼 저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작 서민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장바구니 가격’과 ‘집세’만 치솟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9년6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고, 집세도 2년여 만에 상승폭이 최대다.
통계청은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물가는 전년 대비 1.0% 상승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 3월(1.0%) 이후 6개월 만에 1%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가 2.0%라는 점에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가장 높게 뛰었다. 긴 장마로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무려 13.5% 올랐다. 2011년 3월(14.6%)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대치다. 배추(67.3%) 무(89.8%) 토마토(54.7%) 등의 가격이 껑충 뛰었다. 축산물(7.3%)도 많이 올랐고, 수산물 물가상승률도 6.0%를 나타냈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집세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집세는 전년 대비 0.4% 상승했다. 2018년 8월(0.5%) 이후 2년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전세(0.5%)는 2019년 2월(0.6%) 이후, 월세(0.3%)는 2016년 11월(0.4%)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외식 등 서비스 가격 상승세는 둔화했다. 서비스 가격은 전년 대비 0.5% 올랐는데 이 중 외식은 1.0%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식 가격은 보통 전년 대비 2~3% 상승하는데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저유가로 공업 제품 가격은 전년 대비 -0.7%를 기록했다. 정부의 무상교육 정책으로 고등학교 납입금(-74.4%) 등이 크게 감소하면서 전체 공공서비스 가격도 1.4% 하락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긴 장마에 농산물 가격이 상승했으나 낮은 국제유가와 교육 분야 정책지원 강화에 저물가 현상은 계속됐다”며 “9월 이후 날씨가 좋아 10월 말에는 채소류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