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일부 공공임대주택이 입주민이 다니는 초등학교와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임대주택 설계를 할 때 초등학교 통학거리는 1.5㎞ 이내로 하게 돼 있지만, 도시 외곽이라는 이유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임대주택에 사는 학생들로서는 원거리 통학에다 ‘임대주택 주민’이라는 낙인찍기 우려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6일 LH가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에게 제출한 ‘공공임대주택 단지별 초등학교 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입주한 대구 동구 신서혁신 LH 6단지(국민임대주택)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직선거리로 1.9㎞ 떨어진 송정초등학교나 3.5㎞ 떨어진 숙천초등학교로 배정받는다. 올해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성남의 판교 제2테크노밸리 A18L(행복주택)에 사는 초등학생 역시 최소 1.7㎞ 이상 떨어진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다. 이곳에 사는 학생이 배정받을 수 있는 학교는 총 5곳이지만 운이 나쁘면 3.3㎞ 떨어진 성남 여수초등학교까지 다녀야 한다. 인천 옹진 백령도에 있는 한 공공임대주택은 심지어 5.7㎞ 떨어진 학교로 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례가 나오는 것은 정부의 느슨한 시행규칙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시행규칙에는 도시를 설계할 때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통학거리를 1.5㎞ 이내로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도시가 아닌 경우에는 교육청 협의를 거쳐 통학거리 규정을 확대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지을 때 학교 배정과 관련해서는 지역 사정을 구체적으로 잘 아는 지역 교육청의 의견을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초등학생 사이에서 ‘공린이’(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어린이를 비하하는 말) ‘엘거’(LH 임대주택에 사는 거주민을 비하하는 말) 등이 유행해 논란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LH와 지역 교육청이 원거리 통학 문제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