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위기감을 조성하라

입력 2020-10-08 03:08

얼마 전 종교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천주교와 불교는 ‘온화한’ ‘따뜻한’ 등 긍정적 이미지가 63%였던 반면, 기독교는 ‘거리를 두고 싶은’ ‘이중적인’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91%에 달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교회다움은 성경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초대교회 사역을 들여다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초대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포용과 인내로 녹여내 위기의 시대를 이겨내는 특별한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작금의 교회 모습을 보면 이런 교회의 본질은 사라지고 ‘이익 집단화’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본문에서 베드로는 성도들에게 믿음의 행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오늘 교회와 성도가 삶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당시 초대교회는 외부의 핍박으로 심각한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세상이 자신들을 바라보며 위기감을 갖게 했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스데반 순교 이후 핍박으로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세상이 볼 때 그들은 패배자였고 실패자였습니다. 그들이 믿는다던 신 또한 십자가에 못 박힌 치욕적인 형벌을 당해 죽은 신 같지 않은 신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놀리고 욕하며 핍박합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포기하고 도망가거나 고개 숙이고, 무릎 꿇고 빌 법한데 그들은 꿋꿋이 이겨내며 자신들이 믿는 신을 여전히 믿고 기도하고 그들의 경전대로 살아갑니다.

이 시간이 계속되자 오히려 핍박하던 사람들이 두려워집니다.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게 진짜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대로 살았기에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진짜가 아니라면 그렇게 살 수 없음을 그들도 알았기에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오늘날 교회와 성도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예수가 생명이라고 말은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그 가치를 느낄 수 없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는 바로 이런 위기감을 조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우리를 보며 예수에 관해 묻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하고 듣지 않으려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교회와 성도가 세상과 다르지 않아서 욕하는 것입니다.

본문 15절에서 베드로는 소망에 관해 묻는 자에게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기준에 따르자면 실패자, 패배자에게 소망에 관해 묻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믿는 대로 사는 삶을 보여줘야 합니다. 돈 명예 권력도 없이 도망자일 뿐인 그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말씀대로 사는 삶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말씀이 드러날 때 비로소 말씀을 살아서 생명력 가득한 권세의 말씀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우리에게 소망에 대해 묻도록 만드는 힘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증명하라 합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를 증명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서 하나님을 비춰낼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님의 임재를 증명하는 길입니다.

이제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 시간이 아프고 힘들 수 있습니다.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예수님의 말씀을 드러내 보일 때 비로소 힘을 잃어가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긴장시키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 값으로 세운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태훈 이음교회 목사

◇이음교회는 하나님과 사람을 이어주는 교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교회의 의미를 갖고 교회의 최상위 과제인 ‘교제’를 최우선 하는 교회를 세워나갑니다. 또 하나님의 법을 따르지 않는 세상과 다른 소리(異音)를 내며 오로지 복음만을 소리 내는 교회를 표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