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교주)이 무더기 형사고발과 민사소송 등에 맞서 책임 전가와 회피 등 위법행위 감추기에 급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각종 비위의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책임 지는 자세를 보이는 대신 법리적 허점을 공략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는 5일 신천지 대구지파장 A씨 등 8명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A씨 등은 코로나19가 대구 지역에 급속히 퍼지던 지난 2월 신천지 대구지파 신도명단을 고의로 누락시켜 대구시에 제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신도명단 제출 요구가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행위에 해당하는지였다. 신천지 대구지파 측은 “대구시가 전체 신도 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다”며 “전체 신도명단 요구는 방역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기에 역학조사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구시에 책임을 전가하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대구 남구보건소 관계자를 통해 ‘신도명단 제출 요구가 역학조사 차원이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 관계자는 당시 다수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발생 사례는 신천지가 유일했던 만큼 대구지파에 전체 신도명단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답했다. 대구지법은 다음 달 3일 4차 공판을 재개한다. 구속된 2명의 신천지 대구지파 핵심 관계자가 건강 등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보석 허가 여부도 조만간 결정한다.
오는 12일 수원지법에서는 이만희 교주 등 신천지 관계자 19명에 대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된다. 이들이 기소된 혐의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업무방해 등이다. 이 교주는 3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서 시종일관 억울함을 호소했다. 건강 문제를 이유로 보석도 신청했다.
다음 달 6일 2차 공판을 앞둔 전 신천지 서산시설 신도들의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천지 서산시설 측은 지난달 25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자신들은 하부조직에 불과해 전도 방식이나 입교 등을 결정하거나 집행할 권한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신천지를 대상으로 한 민·형사 재판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구·경북 지역 소상공인 461명이 신천지로 인해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지난달 신천지 총회 본부와 이 교주를 상대로 제기한 87억1200여만원 규모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이 교주와 12개 지파장을 상대로 살인죄, 상해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건과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등 신천지 피해자들이 대검과 수원지검 등에 고발한 사기, 학원법 위반, 횡령,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