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고교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쓴 편지가 공개됐다. 아들은 “(아빠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셨고 여러 차례 표창을 받을 만큼 성실했다”면서 월북 가능성을 부인한 뒤 부친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썼다. 희생자 유족은 이번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6일 서울에 있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에 전달했다.
피살 공무원 시신은 2주가 넘도록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군과 해경은 북한과의 충돌을 우려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쪽으로 8㎞ 이상 떨어진 해역만 수색하고 있다. 해경 내부에서는 조류를 감안할 때 이보다 북쪽 지역을 수색해야 하는데, 현재의 수색은 ‘보여주기식’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수색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북한의 협조가 필요한데 영해 침범을 운운한 북의 협박 때문에 제대로 된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다. 희생자와 유족에게 차마 해서는 안 될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우리 정부의 공동조사 제의에 묵묵부답이다. 사건 발생 사흘 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 뜻이 담긴 통지문을 보내온 것에 비춰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긴 침묵이다. 문 대통령은 희생자 아들의 편지에 “나도 마음이 아프다”며 위로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답변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북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면 공동 수색이나 조사의 당위성을 강조해 정부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수용을 채근하는 게 당연하다. 자국민이 비인도적 행위로 희생됐다면 엄중히 항의하고 시신 수습과 송환, 진상 규명, 배상 등을 요구하는 게 국가의 의무다. 이번 사건을 남북 관계와 지나치게 연결시켜 바라보는 것은 공허한 자기검열이요 저자세다. “나라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는 절규를 북한은 물론 우리 정부도 새겨들어야 한다.
[사설] “나라는 뭘 하고 있었느냐”는 피살 공무원 아들의 절규
입력 2020-10-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