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죽임 당할 때 나라는 무얼 했나… 명예 돌려달라”

입력 2020-10-06 04:05

서해 연평도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공무원의 친아들 A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며 진상 규명을 촉구한 호소문이 5일 공개됐다. 친필로 작성된 편지(사진)에는 누구보다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이 높았고, 가정적이었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월북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으로 채워졌다.

본인을 고2학생이라고 밝힌 A군은 “대통령님께 묻고 싶다”며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아빠는 왜 거기까지 갔으며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저와 제 동생을 몰락시키는 현 상황을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A군은 “(아빠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며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도 썼다.

A군은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늦게 임용된 만큼 남들보다 성실하게 일해왔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월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아빠는) 학교에 와서 직업소개를 할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셨고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장,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표창장까지 받았다”고 소개했다.

A군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어린 동생은 아빠가 해외로 출장가신 줄 알고 있다”며 “이런 동생을 바라봐야 하는 저와 엄마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군은 끝으로 “저와 엄마 동생이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글을 맺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