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흔드는 강경화의 이율배반… “국민이 사기당한 격”

입력 2020-10-06 04:0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주한 쿠웨이트대사관을 찾아 지난달 29일 서거한 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에 대한 조문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사생활 옹호’ 발언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민 사생활을 일부 제한하는 ‘K방역’을 해외에 홍보하던 고위 공직자가 정작 자신의 가족에 대해선 이와 배치되는 ‘사생활 보호’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다. 정치권 안팎에선 강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 장관은 5일 오후 외교부 청사를 나가면서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행 논란에 대해 “이 교수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 마음이 굉장히 복잡하다”면서도 “워낙 오래 (여행을) 계획하고 또 여러 사람하고 계획한 상황이어서 쉽게 귀국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전날에도 “귀국하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편의 사생활 영역이란 취지로 답했다. 그는 이날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일정을 소화했다.

외교 수장인 강 장관은 해외 각국에 K방역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현재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 등을 골자로 한 ‘K방역 모델’의 국제표준화를 추진 중인데, 여기엔 국민의 사생활을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외 입국자의 격리상황 실시간 보고, 확진자의 동선 추적을 표준화하는 부분이 개인 사생활 침해와 맞닿아 있어 ‘개인정보 보호 방법의 표준화’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그동안 K방역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적극 반박해 왔다.

지난 5월 독일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선 “사생활은 매우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 권리는 아니다”며 “우린 이런 권리(사생활 보호)가 제한돼야 하는 지점을 명시한 강력한 법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일각에서 “개인 사생활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느냐”는 발언도 나왔지만 방역 협력을 위해 사생활 침해를 감수하는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교부 홈페이지엔 “국민이 사기당한 기분이다. 국민은 명절에도 국가 시책에 동참하는데 이게 지금의 고위 공직자들이냐” “집안도 살피지 못하면서 무슨 외교를 하겠다는 건지. 강 장관은 물러나라”는 글이 올라왔다.

야당은 ‘강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 1차관 출신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공직자의 배우자는 준공직자로서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윤리적 기준을 동일하게 지키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이라며 “이 교수가 일정을 축소해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현 의원도 “남편 일을 개인 문제라고 넘어가면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전반적으로 이번 일에 호의적이지 않다. 김남국 의원은 “개인의 일탈적 행동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박범계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장관에게 이를 연결해 책임을 묻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한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별세한 큰 형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지난 3일 86세로 별세한 큰 형을 평소 아버지처럼 의지했으나 코로나19 상황, 급박한 남북 정세 등을 감안해 미국을 찾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선 이상헌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