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살 겁니다, 나가주세요’ 혼돈의 임대차법

입력 2020-10-06 00:04

임차인(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전월세 상한 폭을 규제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시행 두 달이 지났지만 모호한 법 규정 등으로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 사례는 계약갱신청구권 예외 규정이다. 개정 임대차법에서는 세입자가 월세를 두 달 이상 연체하거나 집을 파손하는 등 중과실이 없는 한 임대인(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게 규정하지만 단 하나 예외가 집주인 혹은 직계 존·비속(부모·자녀) 실거주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계약갱신을 못하고 퇴거하는 세입자가 자신이 살던 주택의 실거주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확정일자 정보 열람권을 부여했다.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 2년간 거주지에서 가까운 동 주민센터나 법원 등기소 등에서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디테일의 함정’이 있다.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 정보를 열람해도 등록된 사람이 집주인의 직계 존·비속이 맞는지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5일 “세입자의 권리를 저지당하는 사유이니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최소한 실거주자 이름 정도는 내용증명으로 알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 해석은 다르다. 임대차법이나 시행령 어디에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실거주자 정보를 담은 내용증명을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도 “내 가족이 내 집에 살겠다는데 굳이 왜 세입자에게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하느냐”는 집주인들의 하소연이 적지 않다.

집주인이 자신이나 직계 존·비속 실거주 명목으로 세입자를 내보낸 후 집을 팔아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 국토부가 8월에 공개한 임대차법 해설서에는 집주인이 허위로 갱신 거절을 하면 민법 750조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돼 있지만, 이 경우 세입자가 집주인의 고의성이나 과실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한서법률사무소 정인국 변호사는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집주인이 ‘원래 내가 살려고 했는데 급박한 사정이 생겨 돈이 필요해 처분했다’고 한다면 속수무책”이라며 “그렇다고 이렇게 못하도록 입법화하는 것 또한 재산권 충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기존 4.0%였던 전월세전환율을 2.5%로 낮췄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도 구멍이 있다. 기존 임대차 계약 기간 중이거나 계약갱신을 할 때만 적용이 될 뿐 신규 월세 계약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저금리 등으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일이 많은 최근 상황에서는 신혼부부나 청년 등 신규 임대차 시장 진입자들이 높아진 월세를 눈물을 머금고 감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