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낙후된 경제’ 옛 동독지역, 코로나엔 강했다

입력 2020-10-06 04:04 수정 2020-10-06 04:04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 포츠담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열린 독일 통일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왼쪽)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통독 30주년을 맞은 독일에서 옛 서독과 동독 지역이 코로나19 감염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옛 동독에 속했던 5개 주는 코로나19 피해를 훨씬 적게 입었다”면서 “이 현상에 대해 과학적인 연구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학자들과 경제학자, 정치인들은 분단돼 있었던 40여년 세월의 유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을 내놨다”고 전했다.

동독에 속했던 지역들은 서독 지역보다 인구밀도가 낮고, 농촌 지역이 여전히 많으며, 산업 허브로서 개발이 덜 됐다. 독일 정부가 지난달 펴낸 ‘통독 이후 보고서’에 따르면 옛 동독과 서독 지역의 격차는 점차 줄고 있지만 동독 지역의 인구 1명당 국내총생산(GDP)은 서독 지역의 79%에 불과하다. 메워지지 않은 경제적 격차는 약점으로 여겨졌으나 전염병이라는 관점에선 그렇지 않았다.

옛 동독 지역인 북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는 독일 전국에서 가장 낮은 코로나19 감염률을 보였다. 이 지역의 감염률은 10만명당 75명으로, 옛 서독 지역인 바이에른주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주도인 슈베린에선 코로나19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는 독일에서 가처분 소득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큰 비용을 들여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다.

동독 지역의 고령화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동독 지역의 평균 연령은 47세로 독일 전체 인구의 평균 나이인 44.5세보다 많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동독 지역은 이런 위험성도 낮은 것이다.

동서독의 문화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브레멘대 연구원 틸 힐마르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자란 동독 지역 사람들은 서독 지역 사람들보다 덜 사교적이며 정부의 ‘간섭’도 잘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뮌헨 소재 Ifo경제연구소는 “독일 전체의 올해 GDP는 6.7% 후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독 지역의 경우 5.9% 역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