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살 곳이 없어진다… 서울 4억 이하 전셋집 급감

입력 2020-10-06 00:02
유엔이 제정한 세계 주거의 날인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거권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 주거 대책 마련 및 주거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세입자들의 주거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중저가 전셋집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 종합 전셋값이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여파로 2015년 4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전셋값 4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 비중도 급격히 줄었다. 특히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지역과 주거형태를 가리지 않고 더 가팔리지는 추세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5일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아파트 전세가 시세 현황(2017년 5월~2020년 8월)’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전셋값 4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이 2017년 5월에는 59.0%였으나 지난 8월에는 46.0%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셋값이 5억원 넘는 아파트 비율은 같은 기간 24.6%에서 35.7%로 늘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 지역에서 4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성북구(74.3%→51.3%)와 서대문구(71.6%→50.8%) 강서구(74.2%→56.0%) 동대문구(82.7%→65.1%) 은평구(71.1%→58.5%) 등에서 4억원 이하 비중이 크게 줄었다. 2017년 당시 전세 4억원 이하 아파트가 매물 대부분을 차지했던 금천구(99.0%→94.5%) 도봉구(95.1%→87.4%) 노원구(90.0%→84.3%) 중랑구(89.3%→80.9%)에서는 비율 감소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전셋값 상승이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감정원이 이날 발표한 9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종합(아파트·연립·다가구 등) 전셋값은 0.53% 올라 전월(0.4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이는 2015년 4월(0.59%)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급격히 부족해진 데다 가을 이사철이 겹치면서 전세난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특히 수도권 주택 전셋값은 0.65% 올라 전달(0.54%)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이 역시 2015년 6월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서울이 0.41% 올라 전달(0.43%)보다 상승률이 소폭 감소했지만, 경기도(0.85%)와 인천(0.52%) 등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세종이 이달에 5.69% 오르면서 지방 전체 평균도 0.41% 올랐다. 세종시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셋값이 무려 26.23% 올랐다.

중저가 주택 감소세는 전세 계약뿐 아니라 매매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9월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평균은 사상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고가 아파트 가격의 큰 폭 상승이 평균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저가 아파트 상승세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서울 1분위(평균 가격 하위 20%) 평균 아파트 가격은 4억4892만원으로 8월(4억3076만원)에 비해 1800만원 이상 올랐다. 2분위 아파트 매매가격은 7억1301만원으로 7억원을 돌파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