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독감 백신 관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상온 노출 백신을 맞은 사람이 급증한 데다 과거에도 냉장보관을 못해 백신이 폐기됐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유통과정에서 상온 노출이 의심돼 독감 예방접종이 전면 중단된 지난달 22일 문제의 백신을 맞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105명이 있다고 하더니 224명, 324명, 407명, 873명, 1362명, 1910명, 2295명으로 연일 숫자가 늘어났다.
이들이 주사를 맞은 시점도 백신 관리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80%는 사업 시작 전에 접종을 하거나 정부조달 물량을 유료 접종용 물량에 섞어서 쓴 것으로 예방접종 지침 위반이다. 당국이 접종 시작 전날 오후 1시30분 백신 상온 노출 제보를 입수하고도 오후 11시까지 접종 중단을 알리지 않아 접종 중단 당일 이 사실을 모르고 맞은 사람도 458명이나 된다. 게다가 이 사건이 질병청의 자체 감사가 아니라 외부 업체의 제보로 알려지면서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5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보건소가 구입한 백신 중 4만5295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가 폐기됐다.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적정 온도를 맞추지 못해서 6억6000만원어치가 버려졌다. 또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팀이 접종용 생백신 보관 냉장고를 관찰한 결과 온도 유지가 잘된 곳은 40%가 채 안 됐다는 결과도 나왔다. 사백신인 독감 백신보다 온도에 더 민감한 생백신조차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됐다는 사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사라지게 한다.
질병청이 오늘 상온 노출 의심 백신에 대한 품질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허술한 백신 관리에 대해 실망한 터라 이상이 없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더라도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지 의문이다. 대상 물량의 전수 검사가 아니라 샘플 검사라는 것도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코로나 확산세 속에 찬바람 부는 계절이 왔다. 독감 백신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업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백신 관리에 한 치의 허점도 보여선 안 될 것이다.
[사설] 독감 백신 관리 부실…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20-10-0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