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받은 환자 숫자가 2300여명에 근접했다. 백신의 ‘콜드체인(냉장유통)’ 준수 문제뿐만 아니라 일부 의료기관은 예방접종 기간을 준수하지 않는 등 전반적인 국가 예방접종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정황이 발견됐다.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수급되기 전 백신 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유통과정에서 상온 노출이 의심돼 조사 중인 정부 조달 독감 백신 물량을 접종받은 환자는 지난 3일 기준 총 15개 지역에서 2295명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전날까진 2303명으로 집계했지만 일부 지역 수치가 정정돼 다소 감소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673명)가 가장 많았고, 광주(361명)와 전북(32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밤 국가 예방접종 사업 중단을 통보했음에도 접종자가 수천명에 달한 것은 예방접종 관련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탓이 컸다. 당초 예정된 만 13~18세, 임신부의 국가 예방접종의 시작일은 지난달 22일이었으나 그전부터 접종을 시작한 의료기관도 있었다. 정부가 조달한 무료 예방접종 물량과 유료 접종 물량을 한데 섞어 관리해 유료 접종을 받으러 온 환자가 문제의 백신을 맞기도 했다.
이러한 사유로 사업 시작 전 문제의 백신을 접종받은 사례가 전체의 69.7%를 차지했다. 19.9%는 사업이 중단된 당일(지난달 22일)에 맞았다. 사업 중단이 급하게 결정되면서 일부 의료기관이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였다.
현재까지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이상반응이 나타난 경우는 12명으로 조사됐다. 10대 미만이 3명이었고 10대 2명, 30대 3명, 50대 3명, 60대 1명이었다. 증상은 접종 부위 통증, 멍, 발열, 오한·두통·메스꺼움, 두드러기, 설사, 몸살, 인후 불편감 등 다양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도입 전까지 백신 관리·유통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 예방접종에 참여하는 민간 의료기관만 1만8000여개”라며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에 대한 지식이나 백신 관리·보관에 대한 표준화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칫 코로나19 백신 기피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가 백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면 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접종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