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선구자’ 이이효재 명예교수 별세

입력 2020-10-05 04:06

한국 여성운동계의 선구자였던 이이효재(사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4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이 교수는 학자이자 운동가로서 평생을 여성운동에 헌신했다. 이 교수는 부모 성(姓) 같이 쓰기 선언, 호주제 폐지, 비례대표제 도입 운동 등을 주도하며 굵직한 변화를 이끌었다. 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결성하고 1991년 공동대표를 역임해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하기도 했다.

1924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영문학을 수료하고 미국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1958년 귀국해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창설하고 교수로 재직했다. 1977년 한국 최초로 여성학과 설치에 힘쓰는 등 한국 상황에 맞는 여성학을 도입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초대회장(1987~90년),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1990~92년) 등을 역임했다. 1980년에는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시국선언으로 해임됐다가 4년 뒤 복직했다. 1990년 정년퇴임한 이 교수는 ‘분단사회학’을 개척해 분단된 한반도의 역사가 여성과 가족, 사회 구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와 업적을 남겼다. 1997년 마산으로 귀향해 연구에 매진하면서 ‘기적의 도서관’을 만들어 지역 문화운동을 이끌었다.

별세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추모글과 지난 2017년 10월 청와대를 찾았던 이 교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이효재 선생님은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이며,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 어두웠기에 더욱 별이 빛나던 시절, 큰 별 중 한 분”이라며 “선생님의 삶에 큰 존경을 바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했다.

여성계는 고인의 장례를 여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희 국회부의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등 80명이 공동장례위원장으로 참여한다. 유족으로는 딸 이희경씨, 동생 은화(전 이화여대 교수)·효숙·성숙씨, 올케 이부자씨가 있다. 빈소는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 VIP 1호실이고 발인은 오는 6일, 장지는 경기도 이천 에덴낙원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