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고돼온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는 백신도, 북한도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 소식이 바로 ‘서프라이즈’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복 여부와 건강 상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결정적 변수로 등장했다.
현재로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 것은 분명하지만 남은 기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대선이 제대로 치러질지조차 미지수가 됐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유고 시 대선이 어떻게 될지 분석하는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4분 분량의 영상에서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며 “나는 곧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전 복귀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건강을 둘러싼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하기 전 산소호흡기를 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효과가 미처 검증되지 않은 ‘실험적인 항체 혼합체(experimental antibody cocktail)’ 처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문은 증폭됐다.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는 공식 일정을 올스톱했다. 현장 유세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큰 타격이다. 오는 15일과 22일 두 번 남은 대통령 후보 간 TV 토론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TV 토론은 이번 대선의 분수령으로 꼽혀왔다.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 절차에도 변수가 생겼다. 백악관 참모, 상원의원 등 워싱턴 정가를 휩쓴 집단감염으로 상원 일정이 19일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공화당은 대선 전 상원에서 배럿 지명자를 인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불투명하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건강 상태는 앞으로 며칠간의 경과에 달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만에 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악화되고 대통령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면 대선은 그야말로 ‘시계제로’가 된다.
발이 묶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예정대로 선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한 당일 경합주인 미시간주를 찾아 “마스크 착용은 터프가이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는 우리의 몫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쾌유를 빌면서 동시에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 전까지 대면 선거운동을 늘려 경합주 득표전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90분 넘게 TV 토론을 했던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 소식이 코로나19 대응 실패 여론을 강화할지, 아니면 동정론을 일으키는 쪽으로 작용할지 예측하긴 어렵다. 최대 위기를 맞아 공화당 지지층이 적극 결집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바이든 후보로서도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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