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베팅을 모방한 온라인게임이 불법 도박의 장으로 오용되고 있다. 버젓이 정부의 등급분류까지 받은 베팅 게임 내에선 ‘픽 거래소’나 ‘미니게임’을 통한 불법 환전이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 게임사들은 환전상이 고객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상 지목’을 할 수 있게 은밀히 허용하는 등 사실상 짬짜미 불법영업 정황도 포착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15개 사업자가 26건의 스포츠 베팅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 결과에 베팅해 적중·실패 시 득실이 발생하는 게임으로, 현금이 아닌 게임머니로 베팅을 해 게임산업법 시행령 규율 대상으로 분류된다.
현행법상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물은 1개월 구매한도 50만원, 1회 게임머니 사용(베팅) 한도 5만원이 책정돼 있다. 환전상들은 고액 베팅자들을 끌어모아 현금을 받고 미니게임에서 일부러 져주는 방식으로 게임머니를 넘겼다. 대상지목, 즉 게임 중 상대방 선택은 현행법상 금지되어 있다.
게임 내 ‘픽 거래소’를 통해 불법 환전이 이뤄지기도 한다. 예컨대 A가 경기 결과를 예측한 ‘픽’을 거래소에 등록하면 B, C 등이 이 ‘픽’을 구매해 결과가 적중할 경우 배당금을 받는 시스템을 말한다. 환전상들은 특정인의 픽을 선택 구입할 수 있는 허점을 이용해 환전을 일삼고 있다. 환전상은 또 게임머니에서 3%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바꿔주기도 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환전상이 게임사에 등록된 개인 연락처를 무단 수집하는가 하면 일반 이용자는 접근이 불가능한 미니게임을 이용해 환전을 은밀히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사와 환전상이 연계해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상헌 의원은 “의원실에서 직접 실험한 결과 픽 거래소와 미니게임을 통해 환전이 매우 쉽게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더 큰 문제는 게임사와 환전상의 유착 정황까지 보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